ⒸLe Labo ‘르 라보’를 MBTI로 말하자면 마블로켓매거진이 교토로 출장을 간 2024년 1월. 당시 ‘르 라보’(Le Labo) 매장은 에이스호텔과 이어져 있는 쇼핑몰 ‘신풍관’ 한 곳뿐이었어요. 바로 두 달 뒤 르 라보의 단독 매장이 오픈했죠. 간발의 차로 방문하지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찾아본 르 라보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마블로켓이 교토에서 보고자 했던 간판의 미학을 그대로 구현한 매장이었어요. 프랑스어로 ‘실험실’을 뜻하는 르 라보는 프랑스 출신의 공동 대표가 뉴욕에서 론칭한 니치 향수 브랜드예요. 2006년 뉴욕의 놀리타(Nolita)에 첫 번째 매장을 연 이후 전 세계에 수많은 매장을 갖고 있는 독보적인 향수 브랜드죠. 세탁소였던 첫 번째 매장은 별다른 리모델링 없이 깨진 타일과 노출된 콘크리트, 녹슨 서랍장과 낡은 테이블이 있는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했어요. 모든 것을 배제하고 향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죠. 이후 여백과 불완전함, 세월의 흔적을 반영한 빈티지 감성은 르 라보 매장의 공간 콘셉트가 되었고요. ⒸLe Labo 르 라보의 특징은 ‘made-to-order’ 방식. 조향사가 그 자리에서 바로 향수를 제조해 주는 시스템이에요. 실험실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르 라보 매장은 향수를 판매하는 공간보다 조향사가 실험하고 조향하는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커요. 조향사는 ‘랩 테크니션(Lab technician)으로 불리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고요. ⒸLe Labo 르 라보의 성격은 제품명에서도 알 수 있어요. 상탈 33, 베르가못 22, 재스민 17, 일랑 49 식으로요. 각 이름은 주원료와 수량을 의미해요. 향수를 구매하면 그 자리에서 조향사가 에센셜 오일들을 배합하고, 제조날짜가 적힌 ‘퍼스널 라벨’을 붙이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요. ‘나만의 향수’를 만드는 ‘의식’에 참여하는 셈이죠. ⒸLe Labo 최근에 오픈한 교토의 르 라보 매장으로 가볼게요. 1879년에 지어진 술 창고를 개조해서 만든 곳이에요. 일본의 전통가옥인 ‘마치야’는 교토에서 교마치야로 불리는데, 입구보다 깊은 내부와 안쪽에 작은 정원을 품고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 140년이 넘은 오래된 교마치야는 빈티지와 모던함이 공존하는 르 라보 매장으로 변신했어요. 정갈한 노렌이 르 라보 간판 역할을 하고 있고요. 흰색 노렌에 적힌 ‘Manufacture of fine perfumery’는 르 라보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보여주죠. Ⓒschemata Ⓒschemata Ⓒschemata 1층은 조향을 위한 공간이고 2층은 에센셜 오일이 진열된 작은 갤러리가 있어요. 1층 안쪽에는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중정이 있고 맞은편에는 르 라보 카페가 입점되어 있어요. 테이크아웃 카페이지만 전 세계 세 곳뿐이라 희소성이 크죠. Ⓒschemata Ⓒschemata 르 라보는 교토 마치야 매장을 열기 훨씬 이전부터 일본의 ‘와비사비’(わびさび) 정신으로 자신의 브랜드 철학을 설명해 왔어요. 와비사비는 단순하고 본질적인 것을 뜻하는 ‘와비’와 불완전함을 뜻하는 ‘사비’가 합쳐진 말이에요. 보통 불완전한 미학이라고 해석되죠. 자연의 순수한 원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바뀌는 향, 감각의 여백 등을 와비사비로 표현하고 싶었던 걸까요? ⒸLe Labo 교토의 르 라보 마치야 매장은 매사에 정확하고 이성적인 사람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요. 교토 마치야 매장을 보기 전까지 르 라보의 브랜드 이미지는 MBTI로 말하자면 ‘T’ 같았거든요. 탑노트 원재료와 수량을 표기한 제품명, 매장에 놓여 있는 저울과 비커, 시약병 등은 이런 느낌을 더해주니까요. 그런데 교토의 마치야 매장에서는 르 라보라는 사람이 추구하는 미학이 보여요. 완전함을 추구하는 장인의 갈증,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여백까지도. 어떤 공간에서 만나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인상은 다를 수 있어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schemata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향수가 된 식물들 / 장 클로드 엘레나 저 향수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즐길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수석 조향사로 14년간 일한 향수 업계의 전설, 장 클로드 엘레나에요. 그는 40여 가지의 식물을 엄선해 식물의 향이 어떻게 향수로 변신하는지 소개하고 있어요. 상큼한 레몬 향수가 없는 이유, 레스토랑에 출입 금지를 당한 향수, 밀가루를 테마로 한 향수 등 향수를 새롭게 보게 되는 계기가 될 거예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schemata.jp/le-labo-kyoto-machiya/https://www.lelabofragrances.jp/pages/lelabo-kyoto-machiyahttps://www.lelabofragranc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