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25개국에서 출판된 스웨덴 작가이자 승려가 쓴 에세이 제목이에요. 작가는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26세에 이미 다국적기업 임원을 했던 저자는 어느 것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없게 되자, 태국으로 건너가 숲속 사원에서 17년간 수행을 합니다. 그리고 2020년 루게릭 병으로 삶을 정리해야 했어요.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는 그의 겸허한 태도는, 그를 우러러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합니다. 내 안에 구석구석 빛을 비추는 것처럼요. 세계적인 설치 예술가, 제임스 터렐(James Turrel)의 작품은 나티코 승려의 가르침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빛의 마법사, 빛의 시인으로 불리는 제임스 터렐은 빛이 있는 공간으로 우리를 데려가지만 공간보다는 결국 ‘나’ 자신을 대면하게 만드니까요. 제임스 터렐 Ⓒwsj 제임스 터렐과 빛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자연의 빛과 인공조명이 시간과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증명하는 작가이니까요.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는 빛과 공간을 재료로 한 작품이자 그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시리즈예요. 천장에 원형이나 사각의 구멍이 뚫린 밀폐된 공간인데, 규모나 구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공간 내부에서 구멍을 통해 빛이 보인다는 것은 공통이에요. 스카이스페이스 Ⓒdezeen 미국 전역을 포함해서 일본, 영국, 호주, 스웨덴, 독일, 멕시코,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약 90개의 스카이스페이스가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 서귀포와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 볼 수 있고요. 스카이스페이스 시리즈는 1977년 애리조나 주의 휴화산 분화구를 예술작품으로 변형시키며 시작됐어요. 그리고 80세가 넘은 고령에도 최근까지 스카이스페이스에 열정을 쏟고 있어요. Ⓒ뮤지엄 산 스카이스페이스는 단순한 구조예요. 그러나 ‘현재의 빛’과 그 빛을 바라보는 ‘나 자신’을 다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무한대의 하늘이 평면의 원처럼 보이기도 하고, 2D의 사각형이 다양한 LED 조명을 통해 입체적인 공간으로 보이기도 하죠. 스카이스페이스에서 올려다본 작은 하늘은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내가 알던 하늘에 다른 관점을 부여하고, 천장의 구멍에 계단이 놓여있으면 마치 하늘로 걸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주죠. Ⓒ뮤지엄 산 Ⓒsmoca 자연의 빛을 대체하는 인공조명은 우리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감정을 끌어내는 느낌이에요. 환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두려움의 정서를 일으키기도 해요. 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그 속에서 빛을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사람을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작품의 주요 요소로 만들죠. 그리고 빛에 대한 해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요. 빛의 공간에서의 경험은 나 자신으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내가 틀릴 수 있습니다’라는 마음 상태로 데려간다고 할까요? 이 글을 나티코 승려로부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Friends Seminary School 제임스 터렐의 스카이스페이스 시리즈 중 가장 인상적인 곳은 미국 남부 휴스턴에 위치한 라이스 대학교(Rice University)에 있어요. ‘황혼의 깨달음’(Twilight Epiphany)이라는 타이틀의 이 스카이스페이스는 일출과 일몰 시간에 40분간 조명 시퀀스가 연출됩니다. LED조명이 천장을 비추면, 하늘의 색이 다르게 보여요. 제임스 터렐은 ‘우리가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과 지각의 불완전성을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해요. 관람객들은 이곳에서 변화하는 하늘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명상을 하게 되죠. 외부의 빛이 내면의 빛으로 전이되는 순간이에요. 황혼의 깨달음 Ⓒ라이스 대학교 황혼의 깨달음 Ⓒchron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 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저 스마트폰 속의 알고리즘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길을 잃고 '현타‘가 오는 일이 많아요. 그래서 여전히 책이 필요한 건지도 몰라요. 인생이 길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를 내 뜻대로 휘두르지 않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이 책의 메시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moody.rice.edu/james-turrell-twilight-epiphany-skyspacehttps://www.dezeen.com/2022/07/01/james-turrell-skyspace-installation-rocky-mountains/https://www.chron.com/houston/article/Art-installation-on-Rice-University-campus-gives-7386514.phphttps://www.wsj.com/articles/a-master-of-light-revisits-his-early-experiments-1462834661https://smoca.org/2020/04/21/have-you-looked-at-the-sky-to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