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을 버리면 취향이 넓어진다 1950년대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소리 천재의 성장기를 다룬 드라마 <정년이>가 지난해 큰 화제를 모았죠. 배우들의 연기 차력쇼는 연일 화제가 되었고 국극뿐 아니라 판소리, 탈놀이, 굿놀이 등 전통 연희는 참신한 소재였으니까요. 정년이의 사운드트랙을 만든 ‘이날치’는 끊임없이 국악에 대한 편견을 깨며 우리 소리를 새롭게 해석하는 밴드이기도 하고요. 우리의 전통 소리에 한 뼘 가까워진 것 같지만 아직까지 판소리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은 낯설게 느껴지죠. 최근 홍콩에는 젊은 세대들이 <패왕별희>를 보러 공연장에 간다고 해요. 새로 오픈한 ‘시취 센터’(Xiqu Centre)의 영향력이죠. 2019년 홍콩에 생긴 오페라하우스, 시취 센터는 중국 전통 공연을 위한 공연장이에요. 홍콩 정부는 서구룡 문화 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를 아시아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가시화된 것이 시취 센터에요. 시취 센터 Ⓒarchdaily ‘시취’(戱曲)는 중국의 전통극을 뜻해요.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발전해 왔는데 대표적으로 베이징에는 ‘경극’이 유명하고, 홍콩에서는 ‘월극’이 유명해요. 경극은 중국 전통예술 중 가장 잘 알려진 장르죠. 고전적인 뮤지컬과 유사한 음악극으로 음악, 노래, 대사, 동작, 무술이 결합된 종합 예술이에요. 200년 역사와 함께 세계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죠. 경극에 반해 월극은 광둥어를 쓰는 것이 특징이고, 광둥 지방의 민간 노래와 음악이 스며든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어요. 시취 센터는 월극 전용 공연장으로 설계됐지만 경극과 곤극 등 다양한 중국 전통 오페라를 상영하고 있어요. 전통극을 홍보하는 장소이자 보존과 제작, 교육, 연구, 지역 예술가를 육성하는 역할도 하고 있죠. 시취 센터 Ⓒarchdaily 멋진 공연장이 생겼다고 갑자기 전통 예술이 부활할 리는 없어요.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도 전통극은 낯설거든요. 그런데 시취 센터는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어요. 그 이유를 살펴볼게요. 우선, 공간이 우아해요. 중국 전통 등불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은 흘러내리는 듯한 곡선이 눈길을 사로잡죠. 외관의 알루미늄 패널은 독특한 결을 가진 물고기 비늘같이 보이기도 해요. 낮에는 하얀색의 건물이지만 조명에 따라 다른 이미지로 변신하기도 하고요. 시취 센터 외부 Ⓒarchdaily 시각적으로 압도적일 뿐만 아니라 접근성도 좋아요. 시취 센터에는 별도의 입구가 없어요. 많은 공연장들이 이용자들에게만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면, 이곳은 24시간 대중에게 열려 있어서 공간을 구경하거나 잠깐 쉬어 갈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중국 본토 베이징과 연결되는 고속철도역이 가까이 있고, 홍콩 본섬에서 페리를 타고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설계하여 공연장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높였고요. 내부에 들어서면 매표소와 중국식 정자가 있는 아트리움이 나와요. 야외공연을 하거나 전시, 이벤트를 여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는 곳이에요. 공연이나 행사가 없는 날은 자유롭게 유선형 의자에 앉아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요. 마치 도시 속 거실 같다고 할까요? 아트리움 Ⓒarchdaily 아트리움 Ⓒarchdaily 본격적으로 내부를 볼게요. 내부에는 공연장이 두 곳 있는데 하나는 1,075석 규모의 메인 극장이고 또 하나는 200석 규모의 티 하우스 극장이에요. 메인 극장은 중국어의 미세한 음조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설계됐어요. 반면 티 하우스 극장은 규모는 작지만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장르를 공연하거나, 공연을 보면서 딤섬과 전통차를 마실 수도 있어요. 20세기 초, 홍콩 티 하우스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기획이에요. 중장년층에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죠. 메인 극장 Ⓒarchdaily 티 하우스 극장 Ⓒarchdaily 티 하우스 극장 Ⓒgreenbuilding 시취 센터에는 극장 외에도 8개의 스튜디오와 세미나홀이 있어서 꾸준히 월극들이 제작되고 있어요. 장국영이 주연한 영화 <패왕별희>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월극 패왕별희도 이곳에서 제작되어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공연하기도 했죠. Ⓒarchdaily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질 수는 없어요. 취향도 선택과 집중의 문제니까요. 그러나 무조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분야가 있다면 한 번쯤 시선을 돌려보세요. 편견이 무너지면 취향의 폭이 넓어질 테니까요.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홍콩 산책 / 류영하 저 1997년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홍콩은 조금씩 중국화의 진통을 겪고 있죠. 2020년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 많은 통제가 생겨났고요. 금융 자본의 첨병으로, 자유를 만끽하던 나라에 갑자기 국가와 민족이 불쑥 나타난 거니까요. 30년간 홍콩을 연구하는 인문학자가 보는 홍콩은 어떤 모습일까요? 홍콩의 정체성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온 저자를 통해 홍콩을 만나보세요. 위로만 치솟는 건물들, 홍콩의 일상에 스며 있는 중국문화, 홍콩만의 질서를 가지고 있는 교통 체계와 다양한 갈등과 매력. 역사 문화적 배경을 알고 보는 홍콩은 선입견을 걷어내 줄 테니까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archdaily.com/912940/xiqu-centre-revery-architecture/5c85c7c4284dd1362c000054-xiqu-centre-revery-architecture-level-2-plan?next_project=nohttps://greenbuilding.hkgbc.org.hk/projects/view/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