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과 함께 읽어보세요. 여행의 목적지가 되는 묘지 이번 추석에 성묘 다녀오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례적인 가을 폭염에 어느 해보다 힘드셨을 거예요. 기후 변화만큼이나 명절 풍경도, 장례 문화도 바뀌고 있어요.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가장 선호하는 장례 형태는 수목장이 44%로 1위, 그 뒤로 납골당과 산소 등이 차지하고 있어요(2020). 최근에는 ‘보석장’이 새로운 장례문화로 떠오르고 있다고 해요. 고인의 유골이나 생전 머리카락 등을 보석으로 만드는 것을 말해요. 보석에 담긴 고인의 정보는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여 NFT로 발행하여 보관할 수도 있다고 하니, 따라가기 힘들 만큼 기술은 우리의 인식을 하드캐리하는 것 같아요. 아날로그 감성으로 가득한 묘지를 찾아가 볼까요? 스웨덴의 스톡홀름에는 전 세계의 묘지 설계에 큰 영향을 준 공동묘지가 있어요. 도심에서 지하철로 15분 거리에 있는 '스코그쉬르코고르덴'(Skogskyrkogården) 묘지공원 이야기예요. 숲 속 묘지라는 뜻인데요, ‘우드랜드’로 더 많이 불리는 곳이에요. 1994년에 묘지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여행의 목적이 되고 있는 곳이기도 해요. 우드랜드 Ⓒfdm-travel 북유럽에는 '죽으면 숲으로 돌아간다' 라는 장례 의식이 있다고 해요. 우드랜드는 축구장 150배 규모의 거대한 숲이에요. 우드랜드를 설계한 아스플룬드와 레버렌즈는 삶과 죽음, 빛과 어둠, 자연과 건축의 대비를 통해 '삶의 순환'을 묘지에 반영하고자 했어요. 묘지가 죽은 자를 위한 공간인 동시에 살아갈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기를 바랐던 거죠. ‘죽은 자에게는 안식을, 남은 자에게는 치유가 되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우드랜드는 묘지 이전에 소나무가 우거진 곳이었어요. 이곳을 설계한 듀오 건축가는 9,000 그루의 소나무를 그대로 활용해 묘지를 조성했어요. 끝없이 이어지는 소나무 숲은 작은 비석이 세워진 수목장이에요. 우드랜드의 입구로 들어서면 완만한 경사의 인공 언덕이 보여요. ‘명상의 언덕’이라고도 하고, 12개의 느릅나무가 모여 있어서 느릅나무 언덕으로 불리는 곳이에요. 풍경을 조망할 수도 있고 이름처럼 고요하게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화강암으로 만든 십자가가 땅 위에 우뚝 서있는 모습도 볼 수 있고요. Ⓒflickr 명상의 언덕 Ⓒfoxbelysning Ⓒflickr 언덕을 내려와 1km로 쭉 뻗은 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부활의 예배당’이 기다리고 있어요. 묵상 끝에 만나는 안식의 장소라고 할까요? 들어온 길과 다른 길로 나가도록 입구와 출구의 방향이 다르게 설계되어 있어요. 산 자들은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죠. 부활의 예배당으로 가는 길 Ⓒraa 부활의 예배당 Ⓒskogskyrkogarden 우드랜드에는 부활의 예배당을 비롯해 3개의 예배당이 있어요. 작은 목조 건물인 '숲 속 예배당'은 창문 대신 천장의 돔에서 햇빛이 들어와 아늑한 분위기예요. 신전을 연상시키는 메인 예배당은 300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요. 슬픔을 공유하되 절망하지 않고, 이별을 이겨낼 수 있도록 따듯하고 섬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추모의 공간이에요. 숲 속 예배당 Ⓒarchipicture 숲 속 예배당 Ⓒskogskyrkogarden 메인 예배당 Ⓒlavendla 메인 예배당 Ⓒbjornbild 걷다 보면, 동그란 샘이 보이는데 이곳은 유골을 화장한 후 골분을 물에 흘려보내는 곳이에요. 수목장이나 땅에 뿌리는 산분장만큼 경건하게 고인을 보내는 의식이죠. 우드랜드는 삶과 죽음 모두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어요. 언덕과 호수, 십자가와 예배당, 화장터와 숲으로 어우러진 묘지는 더 이상 기피 시설이 아니고, 장례 절차나 형식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해요. 멀리 이곳까지 여행 오는 방문객들은 삶의 연장선에 있는 죽음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오는 것일 테고요.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 마쓰이에 마사시 저 "아스플룬드의 마지막 일이 된 '숲의 묘지'를 방문하면 사람들은 물결치는 것 같은 완만한 언덕을 오른쪽으로 보면서 길고 낮은 담을 따라 납작한 돌이 깔린 진입로를 곧장 걸어가게 된다. 각자의 속도에 따라 죽음의 세계가 다가온다." 이 소설에는 우드랜드를 묘사한 대목이 있어요. 건축학과를 갓 졸업한 청년이 존경하는 건축가의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시대에 좌우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경험하는 이야기예요. 건축을 통해 단단한 삶의 태도와 신념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소설이죠. 여름의 끝자락에 소개해드려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skogskyrkogarden.stockholm/https://foxbelysning.se/referenser/varldsarvet-skogskyrkogarden/https://www.raa.se/evenemang-och-upplevelser/upplev-kulturarvet/varldsarv-i-sverige/alla-varldsarv-i-sverige/skogskyrkogarden/https://www.fdm-travel.dk/sverige/skogskyrkogaarden-ved-stockholm-sydsverige-rejsetiphttps://www.flickr.com/photos/mcaven/4278156325https://bjornbild.wordpress.com/2013/11/07/skogskyrkogarden-en-lugn-stund/https://lavendla.se/platser-begravning/stockholm/kapell/heliga-korsets-kapell-skogskyrkogarden/http://www.archipicture.eu/Architekten/Sweden/Asplund%20Erik%20Gunnar/E-G%20Asplund_Skogskapellet%201.html#google_vignettehttps://www.flickr.com/photos/steffe/51483728884https://www.flickr.com/photos/steffe/51483955515/in/photost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