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대지에 뿌리를 내렸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이렇게 시작하죠. 설국의 배경이 되는 도시가 바로 ‘니가타현’이에요. 겨울이 되면 사람 키만큼 폭설이 내리는 눈의 마을이죠. 니가타에서 재배된 쌀은 눈만큼 유명하고요. 겨울의 니가타현 Ⓒtabiyomi.yomiuri-ryokou 니가타는 곡창지대로 고시히카리 쌀과 사케의 본고장이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위기를 맞았어요. ‘지방소멸’의 위기는 니가타현만의 문제도, 일본만의 문제도 아니에요. 니가타현은 예술에서 지방 재생의 실마리를 찾았어요. 2000년, 오랜 준비 끝에 ‘대지의 예술제’를 개최했죠. 이것이 바로 ‘에치고 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이하, 에치고 츠마리)의 시작이에요. Ⓒechigo-tsumari 3년 주기로 열리는 에치고 츠마리는 올해로 9회가 되었어요. 24년간 지속해 온 에치고 츠마리는 니가타를 대표하는 축제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니가타를 방문하는 이유가 되었죠. 1회 에치고 츠마리 예술제가 쉽게 성사된 것은 아니에요. 5년 간의 준비 과정에서 2천 번의 지역 설명회가 열렸었다고 해요. ‘누가 예술을 보려고 시골에 오겠냐’, ‘괜히 환경만 망친다’ 우려들이 있었지만, 예술을 매개로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자 한 예술제는 세상에 빛을 보게 됐죠. 결과는 성공적이었어요. 에치고 츠마리는 니가타현의 남쪽에 있는 두 지역을 묶은 이름이에요. 7월 13일에 시작된 올해 에치고 츠마리는 11월 10일까지 300점 이상의 예술작품이 대지 위에 펼쳐질 거예요. 트리엔날레를 통해 세계 각국의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작품을 전시하고, 일부는 예술제 이후에도 폐기하지 않고 상설 전시로 이어가고요.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라는 에치고 츠마리의 취지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작품들이 니가타에서 시도되고 있어요. Ⓒechigo-tsumari 에치고 츠마리는 니가타현의 특징인 계단식 논을 포함해서 협곡, 숲 등 자연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도카마치 시’에는 에치고 츠마리의 메인 미술관인 ‘모네'(MonET)가 있어요. 교토역을 설계한 유명한 건축가, 하라 히로시가 디자인한 이 미술관은 중앙에 있는 정사각형 수영장에 하늘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어요. 다양한 작가의 기획전과 상설전이 열리는 에치고 츠마리 예술제의 거점이죠. 모네(MonET) / Ⓒechigo-tsumari 모네(MonET) / Ⓒechigo-tsumari 빈집이나 폐교를 활용한 작품들도 많아요. 폐교 전체를 공간 그림책으로 만든 미술관에는 알록달록한 괴물들이 살고 있고요, 실을 주재료로 사용하는 일본 작가 시오타 치하루는 누에고치를 키우던 민가에 검은 실을 설치하여 보이지 않는 기억을 표현해 냈어요. 하치&세이조 타시마 그림책 미술관 / Ⓒechigo-tsumari 하치&세이조 타시마 그림책 미술관 / Ⓒechigo-tsumari 하치&세이조 타시마 그림책 미술관 / Ⓒechigo-tsumari 시오타 치하루의 빈집 프로젝트 / Ⓒechigo-tsumari ‘빛의 터널’(Tunnel of Light)은 에치고 츠마리의 하이라이트에요. 암반지대를 관통하는 750m의 콘크리트 터널에 불, 나무, 흙, 금속, 물을 이용한 설치작품들은 놀랍기만 해요. 터널 끝에 펼쳐지는 광활한 자연 풍경도 예술이고요. 빛의 터널 Ⓒechigo-tsumari 빛의 터널 Ⓒechigo-tsumari 빛의 터널 Ⓒechigo-tsumari 네덜란드의 건축가 그룹 MVRDV가 설계한 ‘마츠다이 노부타이 필드 뮤지엄’도 빼놓을 수 없어요. 에치고 츠마리의 랜드마크니까요. 미술관부터 산 정상까지 2km에 걸쳐 40개의 야외 작품을 볼 수 있거든요. 계단식 논에 ‘농부와 소’ 조형물을 설치한 일리아&에밀리아 카바코프, 역 앞에 거대한 꽃을 설치한 쿠사마 야오이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니가타에서 볼 수 있는 건 일본인들에게 신기한 경험일 거예요. 니가타는 예술과 거리가 먼 지역이었고, 도카마치 시는 노인들만 사는 한적한 마을이니까요. 마츠다이 노부타이 필드 뮤지엄 Ⓒechigo-tsumari 일리아&에밀리아 카바코프 작품 Ⓒechigo-tsumari 쿠사마 야오이 작품 Ⓒechigo-tsumari 에치고 츠마리에는 20년간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였어요. 지역에 밀착된 더 많은 이야기들이 만들어지는 중이고요. 예술제가 열리는 해는 물론, 니가타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경제효과도 엄청나죠. 그러나 주민들이 지역과 생업에 자부심을 갖게 된 것은 보이지 않는 큰 소득이자 효과일 거예요. 자연과 인간, 예술은 하나의 뿌리를 이루고 있다는 것, 에치고 츠마리가 증명해 주고 있어요.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저 <설국>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니가타현에 머물면서 집필한 소설이에요. 감각적인 풍경 묘사로 독자를 단숨에 설국으로 이동시키죠. 등장인물의 심리,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 자연과 대비되는 유한한 인간을 유미주의적으로 접근하죠. 병약하고 퇴폐적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것조차 독자의 몫이에요. 무엇보다, 무덥고 습한 요즘에 읽기 좋은 책이고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echigo-tsumari.jp/en/https://www.instagram.com/echigo_tsumari/https://www.japan.travel/ko/kr/japan-magazine/2112_art-history-meets-contemporary-scene-niigatas-tokamachi-region/https://www.dezeen.com/2024/07/17/mad-ephemeral-bubble-japanese-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