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과 예술의 선순환 일본의 나오시마는 예술의 섬이에요. ‘섬 전체가 미술관’으로 소개되는 곳이죠. 섬나라 일본을 이루는 4개 섬 중에서 가장 작은 섬인 시코쿠에 카가와 현이 있는데요, 그곳에서 배로 30분이면 나오시마에 들어갈 수 있어요. 나오시마를 둘러싸고 있는 ‘세토 내해(세토나이가이)’라는 바다는 우리나라 남해의 다도해처럼 3천 개의 섬들이 흩어져 있는 일본 최대 국립공원이에요. 나오시마뿐만 아니라 쇼도시마, 데시마, 이누지마 등을 페리로 이동할 수 있는, 물빛이 예쁘고 폭이 좁은 바다에요. 지추미술관을 중심으로 본 나오시마 전경 1980년대만 해도 구리 제련소의 폐기물로 주민들이 떠나고 방치되어 있던 나오시마를 예술의 섬으로 ‘하드캐리’한 것은 베네세 그룹이에요. ‘후쿠무서점’에서 출판 교육사업으로 확장하면서 이름도 ‘잘 산다’라는 의미의 라틴어인 베네세로 바꿨죠. 베네세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대표는 아름다운 섬이 정부의 행정에서 벗어나 방치되어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고 해요. 섬의 절반 이상을 사들이죠.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는 예술활동을 ‘메세나’라고 하는데요, 후쿠다케 대표는 나오시마에서 큰 규모의 메세나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이 활동에 빅맨이 합류해요.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력을 가진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요. 실제로 나오시마를 바꾸는데 큰 역할을 하죠. 여의도 면적의 방치된 섬이 이제는 연간 50만 명이 찾는 예술의 섬이 됐으니까요.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베네세 그룹을 세계로 진출하게 하는 미래 성장 동력이 됐고요. 나오시마에 전개된 첫 번째 프로젝트는 베네세 하우스에요. 1992년에 오픈한 베네세 하우스는 나오시마 최초의 숙박시설일 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로 호텔과 미술관을 결합한 독특한 공간이에요. 이후 2004년에는 지추 미술관, 2010년에는 이우환 미술관, 가장 최근에는 ‘호박’작품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 세계를 만날 수 있는 ‘밸리 갤러리’까지 나오시마에 대한 베네세 그룹의 지원은 차원이 다르고 지속적이죠. 섬 남쪽 끝, 바위가 많은 지역에 세워진 베네세 하우스는 여러 개의 건물과 넓은 부지를 활용하고 있어요. 파크, 비치, 오발, 뮤지엄의 4개 동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하우스 내의 뮤지엄뿐만 아니라 시설 밖 해안선과 숲속에서도 전시물이 흩어져 있고, 건축물과 주변 정원까지 베네세 하우스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눈에 보이는 것 그 이상이에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동 베네세 하우스 '비치' 동 베네세 하우스 '파크' 동 지하 1층에서 지상 2층 규모의 베네세 뮤지엄에 장 미셸 바스키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사이 톰블리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어요. 베네세 그룹은 ‘베네세 상’을 제정하여 기존 관습을 넘어 실험정신을 보여주는 작가에게 2-3년에 한번 수여하고 있어요. 기존 작가들에게도 자극을 주며 작품 활동을 지원하는 등 예술 영역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죠. 베네세 뮤지엄 내부 베네세 뮤지엄 내부 바다 갤러리 호텔로서 베네세 하우스는 4개 동을 모두 경험하고 싶을 만큼 독보적이에요. 미술관과 일체화되어 있는 뮤지엄 동은 물론, 자연에 둘러싸인 파크 동, 눈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는 비치 동도 매력적이죠. 특히 모노레일로 이동해야 하는 오발(Oval) 동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타원형의 건축물이고 중앙이 뚫려 있어요. 휴식을 최대한 배려한 심플한 구조인데, 객실이 6개뿐이라 이미 6개월 전에 예약이 마감된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까요? 베네세 하우스 '오발' 동 베네세 하우스에 머무르는 가장 큰 장점은 여유 있게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에요. 미술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산속 밸리 갤러리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의 <나르시스의 정원>과 산업 폐기물을 소각한 재료로 만든 오자와 쓰요시의 <슬랙 불상 88> (Slag Buddha 88)을 볼 수 있어요. 골짜기를 따라 흩어져 있는 쿠사마 야요이의 수많은 미러볼들은 판타지 같아요. 한 사람의 의지에서 시작한 프로젝트는 35년에 걸쳐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물론 엄청난 자본을 가진 그룹의 대표가 내린 결정이지만, 모든 자본이 이렇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아니니까요. 밸리 갤러리 쿠사마 야오이 <나르시스의 정원> 야외 갤러리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나 건축가 안도 다다오 / 안도 다다오 저 본태 박물관, 뮤지엄 산, LG아트센터 등으로 우리에게 더 익숙해진 안도 다다오. 왜 그가 콘크리트라는 소재를 고수하는지, 권투선수라는 이력이 건축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독학으로 시작한 건축가가 어떻게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르게 됐는지는 이 책은 안도 다다오의 40년 경험과 생각이 녹아 있어요. 자신이 설계한 건물에 들어왔을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는 안도 다다오. 그의 건축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동받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benesse-artsite.jp/en/https://www.newsis.com/view/NISX20240617_0002774948https://www.donga.com/news/Inter/article/all/20240419/1245639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