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교회의 건축가는 둘이다. 에곤 아이언만 그리고 베를린 시민.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 반성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르지만 누구나 반성을 하는 것 같지는 않거든요. 어쩌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형석적인 반성이 난무하거나, 반성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한 번 더 돌을 던지는 일들도 많으니까요. 반성이 존중받는 사회는 누구 한 사람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시민들의 실천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합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를 보면서 든 생각입니다.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 옛 모습 전범 국가인 독일은 패전 이후 국가 차원에서 꾸준히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죠. 그들에게 과거의 잘못 보다 더 부끄러운 것은 반성하지 않는 것, 교훈을 얻지 못하는 것이니까요. 동서로 분단된 경험을 가진 베를린에는 부끄러운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죠. 잘못을 직면하는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유대인에 관한 전시를 하고 있는 ‘유대인 박물관’, 나치즘의 허브였던 ‘공포의 지형학’, 콜비츠의 ‘죽은 아들을 안은 어머니’ 조각이 놓여있는 노이에 바헤 등은 일부에 불과해요. 그중에서도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는 건물 외관의 임팩트 때문에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공간이죠. 왼쪽부터 방문자 센터, 교회, 유적, 종탑, 예배당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는 베를린의 변화가인 쿠담 거리에 있는 20미터 높이의 건물이에요. 내부가 통째로 뚫려 있어서 사실상 1층 건물이고요. 베를린 사람들은 이 건물을 ‘썩은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고 해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직전 연합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어 흉물스러운 모습이거든요. 이 교회는 1895년에 지어진 구관과 1961년에 지어진 신관이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란히 붙어있어요. 폭격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구관 옆 팔각형의 화려한 유리 건물이 극대비를 보여주죠. 이 건물의 시작은 빌헬름 2세 시대로 돌아가요. 독일 제국의 마지막 황제이자 세계 1차 대전의 주역이었던 빌헬름 2세가 독일 통일의 위업을 이룬 할아버지 빌헬름 1세를 기념하기 위해서 지은 건물이에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폭격에 의해 처참하게 폭격됐고요. 원래 113m 높이의 건물은 71m 윗부분은 부서졌고 첨탑과 일부 예배당 외에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됐죠. 그러나 놀랍게도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교회는 여전히 무너진 그 상태예요. 안전상의 문제로 공사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은 1956년도. 공모를 통해 건축가 ‘에곤 아이언만’이 설계를 맡게 됐어요. 에곤 아이언만의 아이디어는 폐허가 된 건물을 철거하고 새 교회를 짓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시민들의 반대로 철거가 무산됐어요. 아무리 폭격으로 무너졌어도 교회라는 종교 건축물은 오랜 세월 시민들의 집단 기억 속에 의미 있는 장소였으니까요. 또 하나, 전쟁의 참상을 기억하고 반성하고 경고하기 위한 장소로 다른 의미가 생겼어요. 에곤 아이언만이 설계한 교회는 5,000개의 유리로 만든 스테인드글라스가 특징이에요. 육중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성스럽고 환상적인 공간을 연출하고 있어요. 스테인드글라스는 프랑스 예술가 가브리엘 루아르의 디자인으로, 파리의 샤르트르 대성당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해요. 신비로운 파란빛과 금색의 예수상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있어요. 폐허가 된 교회와 새롭게 구축된 교회는 반성과 실천을 동시에 보여주는 구도 같아요. 폭격당한 기억을 철거했더라면 지금의 카이저 빌헬름 교회는 남아있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미래 세대에는 화려한 팔각형의 교회와 첨탑만을 남겨주었을 거고요. 반성의 힘은 시민의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잘못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 반성의 가치를 아는 도시. 베를린을 성숙한 도시로 보게 되는 이유입니다. 종탑 내부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 유현준 저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전 세계를 다니며 직접 경험하고, 감동받은 30개의 건축물을 소개한 책이에요.건축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해준 파리의 '퐁피두 센터', 보존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뉴욕의 '허스트 트 타워', 채움보다 비움이 더 중요한 것을 보여주는 '소크 생물학 연구소' 등의 레퍼런스를 통해 수백 년의 전통을 뒤집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또다른 건축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gedaechtniskirche-berlin.de/erinnern/goldener-risshttps://www.gedaechtniskirche-berlin.de/https://www.larchitecturedaujourdhui.fr/911-and-modern-ruins-as-memorials-to-innocents/kaiser-wilhelm-memorial-church-d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