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도 리노베이션이다베를린 신 국립 미술관 오래된 건축물은 리노베이션이라는 재생의 과정을 거치죠. 리노베이션이 되면 우리는 낡은 건물이 새로운 건물로 재탄생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만약 그 낡은 건물이 보존 가치가 있는 역사적인 건물이고,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건축가가 그 건물의 리노베이션을 맡게 됐다면 어떨까요? 이전 건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새롭게 접근할 수도 있지만 과거의 형태를 살리는데 주력할 수도 있겠죠. Neue Nationalgalerie 이전 모습 전후의 차이가 분명하도록 리노베이션 한다면 건축가는 자신의 기량을 드러낼 수 있지만 섬세하게 복원한다면 건축가는 일반인들에게 주목받지 못할 거예요. 건축가의 관점이 드러나지 않을 테니까요. 어느 쪽도 쉽지 않은 결정일 수밖에요. 독일 베를린의 신 국립 미술관(Neue Nationalgalerie)을 리노베이션 한 건축가는 정교한 복원을 택했어요. 마치 금이 간 도자기를 새것처럼 복구하는 일본 전통 공예인 ‘킨츠기’처럼요. 영국의 저명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이야기예요. 우리에게는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을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하죠. 데이비드 치퍼필드 - 아모레퍼시픽 1968년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했고, 50년 후 데이피드 치퍼필드가 리노베이션 한 신 국립미술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신 국립미술관이 50년 후 그대로 복원된 것은 우연이 아니에요. 두 거장은 이미 건축 철학으로 연결되어 있거든요. 신 국립미술관 공사 후 미스 반 데어 로에(이하, 미스) 얘기부터 시작할까요? 그는 이름만큼이나 오래 기억되는 명언을 남겼죠. ‘Less is more(간결한 것이 아름답다)’, ‘God is in the details(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그가 남긴 어록이에요. 미스 반 데어 로에는 르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와 함께 근대 건축의 개척자라고 할 수 있어요. 발터 그로피우스가 종합 예술 학교인 ‘바우하우스’를 세웠다면 미스가 바우 하우스의 마지막 교장이었어요. 그들은 예술과 산업의 결합을 강조했고 그 중심에 건축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우하우스 원칙이 반영된 건축물은 우리에게 더 잘 알려진 르 코르뷔지에 작품으로 알 수 있어요. 건물의 하중을 떠받치는 기둥(파사드 구조), 자유로운 평면과 파사드, 가로로 긴 창문 그리고 옥상정원 등을 특징으로 들 수 있죠. 어때요? 베를린의 신 국립미술관의 모습과 유사하지 않나요? 미스 반 데어 로에 그러나 당시 정권을 잡고 있던 나치는 바우하우스의 철학을 못마땅하게 생각했어요. 독일인의 우수성을 주장하는 나치와는 정반대의 노선이었으니까요. 나치에 의해 바우하우스는 폐쇄되고, 미스는 미국으로 망명해 일리노이 공과대학의 교수로 부임하게 되죠. 오랜 망명 끝에 독일로 돌아온 미스가 유럽에서 설계한 유일한 건물이자 마지막 작품이 바로 신 국립 미술관이에요.미스의 건축적 특징인 명확성과 단순함이 잘 드러나 있죠. 공업용 강철로 지붕과 기둥을 비롯한 최소한의 구조를 만들고 판유리로 열린 공간을 설계했어요. 마치 투명한 파빌리온처럼요. 건물은 정사각형의 지상 1층과 지하층의 단순한 구조에요. 전시가 열릴 때는 유리벽에 커튼을 치고 행잉파티션 형태로 전시물을 걸어서 갤러리를 구성했고요. 멀리서 보면 강철 지붕이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지 않나요? 미스는 완공을 보지 못하고 별세했지만 철골이 올려지는 것을 지켜봤다고 해요. 50년이 지나 신 국립미술관의 안전성에 결함이 생기자 리노베이션이 필요했어요. 이 리노베이션을 진두지휘한 건축가가 바로 서두에 언급한 데이비드 치퍼필드에요. 베를린 박물관 섬에 있는 ‘신 박물관’의 리노베이션으로 이미 인정을 받은 상태였죠. ‘네페르티티’라는 이름의 이집트 여왕 흉상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박물관이에요. 1843년에 지어졌고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건물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리모델링했어요.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이 신 박물관 설계로 유럽연합이 주최하는 ‘미스 반 데어로에 상’을 수상했어요. 이렇게 사후의 미스 반 데어로에와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연결됩니다. 신 박물관 네페르티티 데이비드 치퍼필드는 엄격한 구성, 반복적인 그리드와 합리성으로 모더니즘 건축의 계보를 잇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20세기의 유산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 안정성을 강화하는 거였어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죠. 남겨야 할 것과 고쳐야 할 것에 대한 해석이 필요하거든요. 누수와 부식, 화재 위험성, 공간 부족 등으로 기존 공간은 거의 해체가 불가피했어요. 그러나 모든 공사는 최대한 기존 가치를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진행됐어요. 기존의 맥락을 최대한 존중하는 접근은 도시의 연속성을 유지하려는 치퍼필드의 철학과 맞닿아 있어요. 치퍼필드는 본인 스스로 ‘의미와 기억, 헤리티지에 대한 수호자’라고 말하거든요. 도시는 계속 변화면서 진화를 거듭하지만, 도시의 개성과 다양성을 위해서는 보존과 연속성도 필요하니까요. 리노베이션은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신중하게 해석하는 것. 데이비드 치퍼필드를 통해 생각하게 됩니다.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좋아하는 건축가 한 명쯤 / 장정제 '좋아하는 건축가 한 명쯤 있다면, 일상의 평범한 모습도 더 주의 깊게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에요. 저자가 선별한 19명의 건축가 중에는 이번 주 어반 리서치에서 언급한 미스 반 데어 로에, 르 코르뷔지에, 발터 그로피우스는 물론, 원주의 뮤지엄 산을 설계한 안도 다다오, 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 리움 미술관을 설계한 렘 콜하스 등도 만날 수 있어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surfacemag.com/articles/neue-nationalgalerie-renovationhttps://www.smb.museum/museen-einrichtungen/neue-nationalgalerie/homehttps://www.gse-berlin.de/referenzen/tragwerksplanung/stickandstonesneuenationalgaleriehttp://architecture-history.org/architects/architects/MIES%20VAN%20DER%20ROHE/objects/1968,%20Neue%20Nationalgalerie,%20Berlin,%20Germany.htmlhttps://www.smb.museum/en/museums-institutions/neues-museum/plan-your-visit/adress/https://www.smb.museum/museen-einrichtungen/aegyptisches-museum-und-papyrussammlung/sammeln-forschen/bueste-der-nofretete/die-praesent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