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하고 강렬한 세계문화유산베르크하인 베를린의 클럽들은 승리감에 취해 있을 지도 모르겠네요. 올 3월 ‘베를린 테크노’가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거든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일은 아니에요. 그동안 베를린의 수많은 클럽들과 DJ, 파티 프로모터, 테크노 팬들이 베를린의 테크노 문화를 지키기 위해 캠페인을 벌이며 노력했거든요. 자메이카 킹스턴에 레게가 있고, 뉴욕에 힙합이 있다면 베를린에는 테크노가 있죠. 전 세계 테크노의 수도로 불리는 베를린에는 크고 작은 테크노 클럽들이 수백 개나 있어요. 베를린 관광청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35% 이상이 테크노 클럽을 방문하기 위해 베를린을 여행할 정도라고 하네요. 베를린에서 테크노는 강렬한 비트 그 이상을 의미해요. 런던이나 미국의 디트로이트가 테크노로 유명한 것과는 다른 맥락이 있죠. 1989년 동독과 서독을 가로막고 있던 장벽이 무너지면서 베를리너들은 이상야릇한 감정을 느껴야 했어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이 무너진 벽을 통해 만나게 됐으니까요. 낯설고 서먹한 사람들을 섞이게 한 것이 테크노 클럽이에요. 어둠 속에서 익명의 상태로 강렬한 비트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으니까요. 테크노 클럽이 문화 용광로의 역할을 했던 거죠. 베르크하인 ⓒhypebeast 발전소였던 건물, 폐공장, 창고 등이 클럽으로 변신하면서 1990년대는 베를린 테크노의 전성기를 이루었어요. 위기는 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찾아왔어요. 100여 군데의 클럽이 문을 닫는 사태가 벌여졌죠. 테크노 신(scene)을 중심으로 클럽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고, 그 노력은 마침내 세계 문화유산 등재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루어낸거에요. 베르크하인 베를린의 테크노 클럽들은 여전히 버려진 건물들에 자리잡고 있어요. 베를린에는 테크노 마니아들에게 성지로 불리는 클럽들이 많아요. 감옥 콘셉트의 트레조어, 매트릭스, 워터게이트 등도 유명하지만 가장 독보적인 곳은 ‘베르크하인(Berghain)’이에요. 화력 발전소였던 건물을 개조하여 2004년부터 20년째 운영 중인 곳인데요, 사실 베르크하인은 미스터리에 싸여 있어요. 내부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거든요. 입장 전 폰 카메라에 강력 스티커를 붙이고, 촬영이 발각되면 바로 쫓겨나죠. 그래서 베르크하인에 입장한 사람들의 경험담이 온라인에 퍼즐처럼 흩어져 있을 뿐이에요. 구글링으로 노출되는 이미지로는 베르크하인을 전부 담을 수 없다고 해요. 베르크하인 ⓒnationalgeographic 베르크하인 베르크하인 베르크하인에 들어가고 싶어 안달 나게 하는 것 중 하나는 클럽의 입장에 절대 권력을 쥐고 있는 악명 높은 문지기, ‘스벤 마쿼트’에요. 베르크하인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클럽의 가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입장 기준은 스벤 '마음대로’거든요. 클럽 오픈 전 수백 미터의 줄을 선 사람을 모두가 스벤의 선글라스 앞에서 긴장을 해요. 판결은 몇 초 안에 끝나죠. ‘Nein!(독일어로 no!)이라는 말이 떨어지면 2시간을 기다렸다 하더라도 바로 발길을 돌려야 하니 누구든 긴장할 수 밖에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퇴짜를 맞았다고 하는 걸 보면 예외가 없는 것 같아요. 스벤 마쿼트 나이, 국적, 성별, 패션 코드 등 어떤 기준도 정해진 게 없어서 입장을 거부당한 사람은 왜 거부됐는지, 통과한 사람도 왜 통과됐는지 알 수가 없어요. 입장의 확률을 높여주는 ‘썰’만 온라인에 무성할 뿐이죠. 예약이나 등급도 없어서 만인이 문지기 ‘스벤’ 앞에서는 공평하다고 할까요? 스벤 마쿼트는 사진작가이자 저자에요. 밤에는 베르크하인의 가드 역할에 충실하죠. 문신을 하고 피어싱을 한 까칠한 할아버지예요. 베르크하인 입장이 허락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철저한 보안 속에 토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아침까지 강렬한 테크노 사운드에 취할 수 있어요. 방방 뛰는 EDM(Electronic Dance Music)과 비교하자면 베를린의 테크노는 어둡고 무거운 편이에요. 베르크하인에 대한 소문을 퍼즐처럼 맞춰보면 동굴 같은 원시적인 분위기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댄스 플로어, 독특한 음악 큐레이션, 엄청난 사운드 시스템을 갖춘 클럽인 듯해요. 하드코어의 분위기도 무시못할 것 같고요. 베르크하인 ⓒsymphony.org 수백 미터의 줄을 서도 그중 80%가 입장을 거부를 당할 수 있는 베르크하인. 그래도 테크노 팬이라면 베르크하인의 문을 계속 두드리지 않을까요? 사회적 신분이나 명품 패션, 외모, 나이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오직 테크노라는 음악의 용광로 속에서 뒤섞이는 것을 추구하는 클럽이라니 이상한 경외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인류가 함께 ‘지켜야 할 가치’로 유네스코의 인정을 받은 베를린의 테크노가 앞으로 어떤 문화 파워를 갖게 될지 궁금하네요. 베르크하인 ⓒberlin-live 베르크하인 공식인스타그램 'PHOTO IS NOT ALLOWED'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베를린 / 박종호 저 베를린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두 배로 존재한다고 해요. 동서로 나뉘었던 시절에 상대 진영으로 간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각각 새로운 문화 인프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통일이 된 현재의 베를린에는 두 배의 문화 시설이 있다는 설명이에요. 이 책을 낸 ‘풍월당’은 클래식 팬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름일 텐데요, 예술 여행을 테마로 5권의 도시 시리즈를 발행했어요. 풍월당 대표의 깊은 안목으로 베를린을 만나보세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10/2015081000122https://www.berlin.de/en/tourism/insider-tips/8100644-5766508-berlin-club-culture.enhttps://hypebeast.com/2016/6/berghain-club-entry-simulation-websitehttps://eastseven.de/en/how-to-get-into-berghain/www.berlin-live.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