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지키는 벙커 잠룽 보로스 매년 2월에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열려요. 베를린은 창의적이고 아티스트 정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로 통하지만, 베를린의 예술 신(scene)이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에요. 전쟁의 잔재가 예술로 이어진 경우도 많거든요. 공습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벙커가 미술관이 된 곳, 베를린의 ‘잠룽 보로스 현대 미술관’를 소개해 드릴게요. 잠룽 보로스의 1층 문 베를린에는 전쟁 중에 사용했던 벙커가 아직도 23개나 남아있어요. 그 수도 정확하지는 않고요. 일부는 그대로 비어져 있기도 하고, 일부는 박물관과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요. 히틀러가 마지막까지 사령실로 썼던 지하 벙커는 폭격으로 파괴되었고, 지금은 재건되어 ‘베를린 스토리 벙커’라는 이름으로 일반인에게 개방되고 있죠. 잠룽 보로스 내부 많은 벙커들 중 ‘잠룽 보로스’는 특별해요. 나치가 만들었던 유일한 지상 벙커거든요. 벙커라고 하면 지하 방공호를 생각하기 쉬운데, 잠룽 보로스는 창문 하나 없이 벽을 1m 이상 두께로 만든 지상 5층 건물이에요. 1942년에 유대인들의 강제 노역으로 완성된 잠룽 보로스 벙커는 독일군을 지키는 요새였다가 수용소, 직물창고 등으로 사용되었고 패전 이후에는 쿠바에서 수입한 열대과일을 보관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어요. 이곳은 계절과 상관없이 18도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었거든요. 그래서 ‘바나나 벙커’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저렴한 임대료 덕분에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베를린은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가 됐어요. 잠룽 보로스 벙커는 ‘Bunker’라는 이름의 테크노 클럽으로 변신했죠. 그러나 폐쇄성이 짙은 벙커는 문란한 장소가 되었고 정부는 이곳을 폐쇄하는 수순을 밟아요. 잠룽 보로스 벙커가 조명을 받은 것은 광고기획자이자 미술 컬렉터인 ‘크리스찬 보로스’ 덕분이에요. 구시대의 유산인 이곳을 인수하여 2008년부터 미술관으로 운영해오고 있으니까요. 잠룽 보로스는 역사성만큼이나 특별한 내부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5층 규모의 건물에는 80개의 폐쇄적인 방이 있는데요, 화이트 큐브 형태의 방도 있지만 수용소나 테크노 클럽의 흔적이 남아있는 거친 느낌의 방도 많아요. 잠룽 보로스 현대미술관은 크리스찬 보로스가 소장하고 있는 700점이 넘는 작품들을 큐레이션 해서 전시해요. 4년에 한 번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예약제로 운영되는 개인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누적 방문객 수는 계속 늘고 있죠. 데미안 허스트, 아이 웨이웨이,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 신진 예술가를 발굴하여 전 작품을 소장하는 크리스찬 보로스 컬렉션으로 인해 현재 미술계의 임팩트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거든요. 벙커로 만든 미술관이 현대미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건 이 도시라서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예술이 넘쳐나는 도시니까요.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상실의 아픔을 겪은 주인공이 언론사 ‘뉴요커’를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10년간 살아온 이야기예요. 예술을 통해 치유 받은 그는 마침내 세상으로 나오기로 결심하죠. 작가는 '예술이 우리에게 힘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하면서 작품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요. ‘예술과 만날 땐 처음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지켜볼 것’. 다음에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작가의 말을 기억해야겠어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www.sammlung-boros.dewww.instagram.com/boroscollectionwww.nnmagazine.cz/de/7-bekannteste-bunker-von-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