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 눈 속에서 열리는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Sundance Film Festival)’는 우리에게 익숙하죠. 그런데 어디에서 열리는지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어요. 칸, 베니스, 베를린 국제영화제처럼 선댄스는 특정한 지명이 아니니까요. 선댄스 영화제의 무대는 미국 서부의 유타 주에 있는 ‘파크 시티’에요.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였던 솔트레이크 시티와 가깝다고 하면 아하, 하실 거예요. 선댄스 영화제는 매년 1월에 열리는 세계적인 독립 영화제예요. 저예산 독립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영화제로 알려져 있죠. 파크 시티 전경 ‘파크시티’는 인구 8천 명의 작은 도시예요. 광산 도시였던 파크시티는 19세기 후반, 은광이 발견되면서 번영의 기회를 맞았죠. 광산도시의 결말이 그렇듯 광물이 고갈되는 것과 동시에 도시의 영광은 100년이 채 가지 않았어요. 그러나 다행히 파크 시티에는 두 번째 자산인 ‘눈’이 있었죠. 해발 2천 미터의 고산지대인 파크시티는 광산이 폐쇄된 지 30년 만에 미국 최고의 겨울 휴양지로 변모했어요. 전 세계 스키어, 스노보더와 함께 영화 마니아들로 한겨울에 더 뜨겁게 달아오르는 도시가 바로 파크시티예요. 본격적으로 선댄스 영화제 이야기를 해볼까요? 선댄스 영화제는 영화배우이자 감독, 제작자이기도 한 ‘로버트 레드포드’로 부터 시작됐어요.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했던 1969년 작 ‘내일을 향해 쏴라’의 극중 인물이 바로 ‘선댄스 키드’였고요, 레드포드는 선댄스라는 이름을 가져와 영화인들을 후원하고 육성하는 협회를 만들었어요. 이후 영화제 창립으로 이어졌죠. 선댄스 영화제가 지금의 위상을 갖게 된 것은 영화제를 통해 배출된 ‘선댄스 키드’들 덕분이에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 테이프> ‘에린 브로코비치’, ‘오션스 일레븐’ 등으로 유명한 스티븐 소더버그는 선댄스 영화제에 한 획을 그었어요. 선댄스에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 출품한 후 26살의 역대 최연소 감독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선댄스도 주목을 받게 됐죠. 소더버그 감독은 그 전 해에 선댄스에서 버스기사로 자원봉사를 했다고 해요. 비디오 가게 스태프였던 ‘쿠엔틴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로 데뷔했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메멘토’로 영광을 안았어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메멘토> 이뿐만 아니에요. ‘바톤핑크’ 감독의 코엔 형제, ‘천국보다 낯선’의 짐 자무쉬 감독도 모두 선댄스 영화제가 배출한 감독들이죠. 모건 스펄록 감독의 다큐멘터리 ‘슈퍼사이즈 미’는 좋은 평가와 함께 흥행에도 성공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고요.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다음 해인 2005년, 선댄스 영화제에 진출하면서 오히려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죠. 2020년은 ‘미나리’의 해였어요. 정이삭 감독의 ‘미나리’가 선댄스 영화제에서 미국영화 부문 최고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받고 관객상을 받은 것에 이어, 미나리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윤여정 배우는 한국 최초 아카데미 조연상을 받기도 했으니까요. 정이삭 감독 <미나리> 선댄스 영화제는 올해로 40주년이 됐어요. 영화사는 물론 넷플릭스, 애플 같은 거대 OTT 플랫폼에서도 선댄스에서 인정받은 감독과 배우를 데려가거나 높은 가격에 판권을 구매하고 있으니 선댄스 영화제의 40년 역사가 새롭게 보이네요. 인구 8천 명의 작은 도시에 연간 3만 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 눈처럼 낭만적이고 영화처럼 스펙터클하지 않나요?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배우의 방 / 정시우 저 10명의 영화배우들을 만난 인터뷰집이에요. ‘연기가 끝나면 이 배우들은 어디로 돌아갈까?’ 극 중 캐릭터를 벗고 ‘자신’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공간들. 누군가는 물리치료실, 누군가는 제주도, 또 누군가는 만화방이에요. 그 공간에 초대받은 것처럼, 직접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이미지 출처: www.visitutah.comdeadline.com/2023/12/2024-sundance-film-festival-lineup-movies-1235652869 fontlot.com/forum/minari-fo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