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합리적인’ 아파트와 우리의 ‘비합리적인’ 아파트 최근 철근이 누락된 ‘순살 아파트’가 이슈가 되고 있죠. 우리나라 국민의 50%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는 재테크의 수단이 된 지 이미 오래고요. 아파트를 더 빨리 공급하고 더 많은 이윤을 내려는 업체들의 관행과 담합이 순살 아파트라는 어이없는 결과로 이어졌어요. 우리에게 오랫동안 ‘뜨거운 감자’같은 아파트.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거주형태인 아파트는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최초의 아파트는 ‘현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1887~1965)가 만들었어요. 스위스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활동한 르 코르뷔지에는 기계의 효율성에 매료되었던 건축가에요. 당시 기계가 보여주었던 엄청난 생산성과 예측가능성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계를 신뢰하고 기대하기에 충분했을 거에요. 1차 대전을 겪고 다시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유럽을 경험하면서, 르 코르뷔지에는 단위 면적당 많은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주거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대규모의 도시 프로젝트가 진행됐던 1950년대, 프랑스에서 공동주택을 설계합니다. 이것이 최초의 아파트로 불리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이에요. 한 건물에 1,6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은 1950년대 프랑스에서는 혁신적이고 파격적인 주거형태였죠. 그러나 사람들의 찬사를 받지는 못했어요. 낯설고 기괴하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미친 건물’이라고 욕했으니까요. 그러나 그의 아파트 실험은 멈추지 않았죠. 프랑스의 다섯 군데를 포함해서 베를린, 스톡홀름 등 전세계 도시로 이어졌어요. 아파트 중간층에 있는 내부 상가 아파트 내부 구조 아파트 내부 구조 입면도 르 코르뷔지에의 첫 번째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어요. 1952년에 완공된 건물이지만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레퍼런스가 되는 곳이에요. 아파트의 ‘다양성’과 ‘인간을 위한 건축’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거든요. 총 19층으로 337 가구와 상가, 어린이집, 놀이터, 옥상 정원이 있어요. 지금으로 말하자면 ‘주상 복합 건물’인 셈이죠.이곳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하나의 단지에서 14개의 평면도가 있다는 점이에요. 몇 천세대가 넘는 대단지 아파트라도 몇 개의 한정된 평면도를 가진 우리 아파트와 다른 점이죠. 영아부터 노인까지 연령별로, 또 1인부터 8인 가구까지 가구별로 시나리오를 만들었다고 해요. 그렇다고 해서 건물 구조가 복잡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모듈(module)로 다양한 평면이 나오도록 조립했어요. 이 모듈은 사람의 선 키, 앉은 키, 손을 뻗었을 때의 길이를 고려해서 만들었고요. 아파트의 높이는 2.26m. 183cm의 성인기준으로 만든 모듈이라고 해요. 우리나라 아파트의 천장고가 2.3m인 것도 이 기준이 적용된 거죠. 르 코르뷔지에는 이렇게 사람을 설계의 기준으로 놓고, 인체 치수에 황금비를 적용한 모듈러 공식을 사용했어요. ‘유니테 다비타시옹’의 또 다른 특징은 아파트의 앞면에 색과 빛의 3원색인 빨강, 파랑, 노랑, 초록을 칠했어요. 반복적인 형태의 입면이라도 여러 가지 색을 조합해서 호수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입힌 거죠. 집합 건물이라도 얼마나 다채로울 수 있는지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죠. 우리는 르 코르뷔지에의 아파트 모듈을 가장 ‘적극적으로’ 수용한 나라에 살고 있죠. 그는 합리적인 주거형태를 만들고자 아파트를 설계했지만 우리는 ‘비합리적인’ 아파트 문화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아파트 옥상에 위치한 유치원 수영장 옥상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저자는 인문학의 관점으로 건축을 해석하는 유현준 건축가에요. 33년 경력의 작가에게 ‘충격과 감동’을 준 전세계 30개 건축물을 선정해서 그 충격과 감동의 실체를 풀어준 책이죠. 전세계 거장들의 작품들을 쉽게 감상할 수 있어요. 오늘 소개한 르 코르뷔지에가 가장 많은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어 있어요. 오늘의 노트가 재미있었다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에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