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 프리즈 서울(FRIEZE SEOUL)과 키아프 서울(Kiaf SEOUL) 아트페어가 뜨거운 열기 속에 막을 내렸죠. 세계 3대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성황을 이루었고요, 한국 국제 아트페어인 키아프도 선전했다고 하네요. 이 페어들은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미술축제인 동시에 작품의 소장 가치를 증명하는 미술시장이도 하죠. 프리즈 서울 페어 첫날, 호박과 도트무늬 패턴으로 잘 알려진 작가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의 작품 ‘붉은 신의 호박’(red god pumpkin)이 가장 비싼 가격인 77억 3,000만 원에 팔렸다고 해요. 쿠사마 야요이는 지난 10년 사이 작품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작가이기도 하죠. 94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정말 대단하죠. 컬렉터들이 쿠사마 야요이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요? 도쿄 신주쿠에는 쿠사마 야요이 뮤지엄(Yayoi Kusama Museum)이 있어요. 쿠사마 야요이가 설립한 ‘쿠사마 야요이 기념 예술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고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세계를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곳이에요. 박물관은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 건물이지만 거대한 규모는 아니에요. 오히려 명성에 비하자면 아담한 편이라고 할까요? 건축물의 모서리는 전부 곡선 처리가 되어 있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죠. 각 층마다 벽의 절반은 유리로 마감했기 때문에 해가 진 이후에는 빛이 외부로 새어 나가서 동네의 등대처럼 보이기도 해요. 이 건물의 가장 핫한 장소는 4층의 인피니티 룸(Infinity Room)과 옥상이에요. 인피니티 룸은 노란 호박이 가득 찬 공간으로, 사방에 설치된 거울 때문에 호박이 무한하게 확장되는 것처럼 보여요. 옥상에는 도트 패턴의 꽃 조형물과 컬러플한 도트로 장식된 호박 작품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고요. 쿠마사 야요이의 작품은 반복되는 점과 강렬한 컬러가 특징이죠. 화려한 작품 이면에는 작가의 강박 트라우마가 있어요. 그녀는 어렸을 때, 끝없이 펼쳐진 꽃밭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고 얘기한 적이 있죠. 자연과 우주 속에 미아가 될 것 같은 트라우마는 그녀를 끝없는 그물 패턴과 도트 패턴에 집착하게 했고요, 이들은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죠. 그녀의 트라우마는 평생 그녀를 편집증에 시달리게 했다고 합니다. 환각을 컨트롤하고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끈질기게 작품활동을 이어 나갔고요. 마침내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에 대형 호박 설치 작품으로 화제를 모은 후, 세계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죠. 쿠사마 야요이를 보면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환각 장애라는 약점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오랜 무명시절을 버텨 지금의 작가가 있는 거니까요. 고통과 아픔을 예술로 치환한 스토리, 독특한 정체성, 강박적인 작품활동,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작가라는 키워드를 가진 쿠사마 야요이. 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는 ‘점’인지 알 것네요. 도시의 맥락 읽기, 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Editor's Pick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20년 이상 피처 에디터였던 저자가 선정한 19명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각 예술가들의 궤적, 작품의 탄생 과정, 내밀한 세계와 독창적 시선, 각자의 고민과 바라는 미래, 신선한 통찰력이 잘 녹아 있어요. 디자이너 디터람스부터, 대체불가 배우 틸다 스윈턴, 빌바오 효과를 만든 건축가 프랭크 게리,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 수식어가 필요 없는 류이치 사카모토, 독보적 분위기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 등 자기만의 방식으로 예술과 삶을 해석한 예술가들의 관점을 만나보세요. 변화의 또다른 계기가 될지도 모르니까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