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와 20대들이 시몬스 가게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마치 베이글 가게나 신상 버거 집에 줄을 서듯이. 침대를 사려는 줄은 아니지만 분명 시몬스 로고가 박혀 있는 다양한 굿즈를 사기 위한 줄이다. 시몬스와 이들에게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시몬스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외치던 전통적인 침대 브랜드다. 1870년에 시작된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유머러스한 미드센츄리 톤의 광고를 하던 시몬스가 언제부터인가 광고에서 침대를 치웠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기능적 편익만 강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는 남기되, 매트릭스가 주는 편안함이 아닌 광고 캠페인이 계속되었다. 2019년 TV 광고 시리즈를 찾아봤다. 시몬스의 로고를 중심에 둔 원테이크의 광고 3편이다. 해먹에 누워있는 여자. 카메라가 줌 아웃으로 빠지면 SIMONS라는 그래픽 영문에 걸린 해먹이 보인다. 해변에 주차된 차 위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있는 남자도 풀샷으로 빠지면 SIMMONS 로고가 화면을 채운다. 진짜 편안함은 풀장이나 해먹, 해변이 주는 것이 아니라 시몬스가 주고 있다는 얘기다. 카피는 단 한 줄, ‘바로 이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지금까지 소구했던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 코끼리가 스프링 위를 밟고 지나가도 흔들리지 않는 물성적인 편안함이었다면 지금부터 이야기하려는 시몬스의 편안함은 ‘바로 이런’ 심리적인 편안함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카피다. 그렇다면 심리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건 뭘까? 편안함을 생각하던 시몬스가 발상을 역으로 전환했다. 마트 계산대의 새치기남, 지하철 의자의 쩍벌남만큼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짜증 유발자들이 또 있을까? 캠페인 슬로건은 ‘Manners makes comfort’. 이번엔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키워드도 아예 버렸다. 기능적 소구의 카피 대신 편안함(comfort)이라는 가치를 갖기로 한 것이다. 가장 파격적인 영상은 2022년에 만든 oddly satisfying video 시리즈다. 아무 자막도 나레이션도 없다. 보면 느낄 것이라는 무언의 자신감이다. Seeing is feeling. Seeing is believing이 이 영상을 설명하는 한 줄 전략이 아닐까? 설명하지 않고도 시몬스 하면 편안함을 떠올릴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서 노출하기로 한 것이다. 유튜브의 조회수가 전략이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입증해주었다. 이제 편안함은 시몬스의 상징이자 시그니처가 되었다. 2018년부터 진행해온 시몬스의 TV 광고들과 2022년 브랜드 영상을 모두 리뷰한 이유는 그들이 브랜딩 방향을 어떻게 조금씩 틀었는지, 고민의 과정, 키 메시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몬스는 2015년부터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변화를 추구했다. 브랜딩 디렉터와 다수의 디자이너들을 영입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전략도, 타깃전략도, 유통전략도 다 바꿨다.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 성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 해운대> <시몬스 그로서리스토어 청담> 150주년을 기념해서 시몬스가 한 것은 팝업 스토어. 성수동 골목에 있는 낡은 가게에 시몬스 하드웨어 스토어(공구점)를 오픈했다. 시몬스의 엉뚱한 시도에 MZ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산 캡, 장갑, 마스킹테이프, 엽서 등을 인스타에 올리기 시작했다. 왜 공구점이었을까? 5,60년전 침대를 나르던 사람들이 착용했던 오버롤 작업복, 작업모들을 키치한 감성으로 재현한 아이템들이 많았다. 그리고 다음 해 부산 해운대에 내려갔다가 마침 시몬스 그로서리가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듣고 시몬스 그로서리 팝업을 찾아간 적이 있다. 한낮의 땡볕에 이미 줄이 길었다. 예상 대기 시간을 보니 2시간. 오래된 맨션이 눈에 띄는 평범한 주택가에 빈티지 감성의 알록달록한 캐노피와 간판, 미드센추리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수퍼마켓을 배경으로 사람들은 차례차례 사진을 찍었다. B급 감성의 키치한 팝업 스토어가 이번엔 명품브랜드 동네인 청담동에 오픈했다. 유럽식 육가공 식품을 판매하는 샤퀴테리숍을 콘셉트로 한 팝업이다. 시몬스는 팬을 만들기로 했고 브랜드를 팔기로 했다. 브랜드에 대한 애착은 일상에서 쓰고, 먹고, 보고, 살 때 생긴다. 그러기에 지금까지 침대는 너무 ‘비일상’적이다. 자잘하고 소소하지만 ‘시몬스’를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침대 하면 시몬스를 떠올리 것이다. 아니, 침대라는 카테고리 없이도 브랜드 하면 시몬스라는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좋아하는 브랜드를 찾아 기체 분자처럼 떠다니는 ‘노마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그들과 애착관계를 맺기 위해서 브랜드는 소비자와 사귈 줄 알아야한다.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가 E타입의 외향적 mbti가 되어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E타입이든 I타입이든 소비자들은 안다. 그 브랜드가 얼마나 멋진 타입인지. 단,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 브랜드도 소셜라이징이 필요해졌다. 이렇게 10대와 20대를 보내면 시몬스의 잠재 고객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독립할 때, 결혼을 하거나 가족구성원의 변화가 생길 때 시몬스가 구매할 침대의 선택지에 들어올 수 있다. 여기서 더 나가보자. 시몬스가 침대가 아닌 또 다른 카테고리로 사업영역을 확장한다면, 그 타깃이 MZ세대라면, 시몬스 그로서리나 하드웨어 스토어에서 시몬스 굿즈를 사본 사람이라면 시몬스가 뭘 팔더라도 살 확률은 더 높지 않을까? 산업의 카테고리는 유연해졌다. 안경을 팔던 브랜드가 아방가르드의 케이크를 팔고 핸드크림을 세컨드 브랜드로 런칭하는 시대다. 1명의 팬으로 10명의 팬을 만들고, 10명의 팬으로 1000명의 팬을 만드는 것. 지금의 브랜드들이 기를 쓰고 해야 할 일은 이게 아닐까? 상업성을 내세우는 대신 문화적인 콘텐츠로 소셜라이징 하는 것 말이다. 진심인 척 머리 굴리다가, 낯가리다가는 친화력 있는 브랜드들이 두터운 팬을 갖는 것을 부러워하고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 마블로켓매거진 편집장 서은숙이미지 출처:simmonskorea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