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사 워크숍 #시코쿠_2

도시탐사 워크숍 #시코쿠_2 : 소도시의 매력 시코쿠 편 2회 차 워크숍. 나눴던 얘기를 곱씹어 볼게요.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한국의 소도시로는 경주, 안동, 전주, 남해 등이 손꼽힌다고 해요. 부산은 이미 외국인들이 현지인만큼 많아졌고요. 우리가 좋아하는 각자의 소도시는 어디인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는 순천을 소개했어요. 코로나로 여행길이 막혔던 시절, 순천으로 탐사를 떠났을 때였어요. 와온해변의 노을에 입을 벌리고 감상했던 기억, 흔들리는 갈대숲에서 마음의 먼지를 털 듯 후련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특히 바람이 부는 대로 열심히 흔들리는 갈대들을 보며 ‘잘 흔들리는 기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많은 곳을 다닌다고 해서 많이 보는 것이 아니고, 한 곳에 있다고 해서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을 수 있었고요. A님은 천문대가 있는 영월을 얘기해 주셨고, 태안의 정갈한 도시 풍경에 반했다고 하셨어요. 순천의 갈대숲만큼 인상적인 곳은 전북 고창의 청보리밭이라는 것도 덧붙여 주셨고요. B님이 꼽은 소도시는 하동이었어요. 차 밭과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섬진강 풍경도 각자의 머릿속에 그려 주셨죠. 하라켄야의 <저공비행>에서 말하는 로컬은 저런 풍경을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이야기도 들려주었고요. 캠핑을 즐겨하시는 C님은 전남 구례를 꼽으셨어요. 매화나무가 아름다운 광양도 이야기가 나왔죠. 봄이면 30분 이상 창밖으로 보이는 수만 그루의 매화가 장관인 곳이죠. D님은 여러 곳을 손꼽으셨지만 충남 부여에 방점을 찍으셨어요. 원도심의 백 년 된 한옥에서 스테이를 하셨고, 백제 시대 인공 연못인 궁남지로 이야기는 흘러갔죠. A님은 한국의 소도시를 다니다 보면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었어?’를 연발하게 된다고 하셨어요. 경남 산청군에 자리한 소박한 수선사 이야기도 해주셨고요. 테마를 가지고 여행을 가는 건 어떨까요? 소설가 함정임은 작가들의 ‘묘지 여행’을 다녀온 후 <모든 것이 거기 있었다>를 썼고, 조용준 작가는 도자기 여행, 고흐 마니아인 정여울 작가는 고흐를 찾아가는 여행 뒤에 <빈센트, 나의 빈센트>를 쓰기도 했죠. D님은 BTS가 갔던 스폿들을 여행상품으로 기획하는 스타트업을 소개해 주셨어요. E님은 영화 ‘letters to Juliet’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 베로나를 잊을 수 없다는 하셨고, 고흐를 따라 프랑스 아를에 갔던 기억도 소환하셨죠. F님은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중고서점을 찾아가는 여행도 즐거웠다고 하셨고요. 부산 보수동 책방골목을 어슬렁거리다가 눈치를 주는 주인 때문에 얼떨결에 벽돌 책인 <생각의 탄생>을 사셨다는 B님의 이야기는 모두를 웃게 했죠. E님은 수유리 부근에 있는 대형 중고서점인 ‘신고서점’을 알려주셨어요. 이전 책주인이 그은 줄, 소중한 메모가 그대로 꽂혀있는 (가끔 비상금까지 발견되는) 헌책은 새 책과 다른 매력이 있죠. A님은 중고서점은 아니지만 성수동의 ‘비주얼 콜렉’ 아트북 서점을 강추하셨어요. 을지로 자전거 아카이빙이라든가 보통의 아트북 서점에서 볼 수 없는 개성 있는 아트북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성수동을 꿰고 계신 D님도 크게 동의하셨고요. 시코쿠와 한국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우리의 여행 이야기는 풍성해졌어요. 에히메현은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봇짱)>으로도 유명해요. 이곳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속 온천의 모티브가 됐다는 1800년대 ‘도고온천’이 있고요, 온천 부근에는 타월 가게들이 많아요. 수건에 붙은 ‘이마바리’라는 택은 프리미엄 타월을 구분하는 작은 표식이에요. 사실, 에히메현은 일본 전체 타월 생산량의 60%를 넘는 대표적인 타월 생산지예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이마바리라는 지역에는 타월 박물관이 있기도 하고요. 이마바리 타월의 인증을 받으려면 까다로운 심사기준을 거쳐야 해요. 물에 담그는 순간 5초 안에 물을 빨아들이는 흡수력은 물론 색상 보존력, 속건성 등을 통과해야 이마바리 타월이 될 수 있다고 해요. 이마바리 타월만을 취급하는 이오리라는 셀렉숍에는 타월 소믈리에가 있어요. 실이 스트레스받지 않도록 100년 된 방직기로 천천히 짠 수피마 머플러 등도 판매하고요. 물건 만들기에 진심인 일본의 ‘모노츠쿠리’ 정신일까요? 아니면 인구 1억이 넘는 시장 사이즈 때문에 가능한 일일까요?(웃음) 도고 온천 앞에서 판매하는 도고 맥주 때문에 워크숍에 맥주가 등장했습니다. 에히메현의 또 다른 특산물은 감귤이에요. 에히메현은 일본 감귤의 왕국으로 불리는 곳이죠. 그중 10팩토리(텐 팩토리)는 에히메현의 특산물인 감귤의 모든 것을 판매하는 곳이에요. 1년 내내 50 품종 이상의 감귤이 나는 에히메현에 있어서 더 돋보이죠. 착즙주스를 비롯해 젤리, 아이스크림, 잼 등으로 다양하게 가공한 식품을 판매해요. 가게 안에는 감귤 가계도와 함께 감귤의 수확철이 붙어있고, 착즙 주스에도 품종과 당도, 산미 정도가 라벨로 표기되어 있어요. B님은 고향인 김해의 특산물인 대저 토마토를 OSMU(one source multi use)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어요. 싱싱한 토마토는 물론 토마토 빙수, 토마토 동결건조 과자 등으로 가공하고 자신의 스토리를 더해서요. 도련님 동네인 에히메현의 마쓰야마에는 소설을 연상시키는 랜드마크들이 많아요. 실제로 나쓰메 소세키는 도고 온천의 2층에서 ‘도련님’을 썼고, 소설 속 도련님은 도고 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나온 뒤 빨간 타월을 허리춤에 차고, 츠보야라는 3색 당고를 사 먹고, 작은 열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거든요. 작은 열차, 당고 가게, 도련님 캐릭터들이 정시에 나와서 춤을 추는 봇짱 시계탑을 볼 수 있어요. 가가와현으로 가볼까요? 가가와현의 옛 지명이 바로 사누키예요. 우리가 잘 아는 통통하고 쫄깃한 면발의 사누키 우동의 본산이 바로 이곳 가가와현이죠. 뇌가 면발로 채워진 조금 이상하게 귀여운 우동 캐릭터가 있고, 우동 그릇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우동 택시도 있어요. 맛집들을 가이드해주는 택시들이죠. 500곳의 우동집이 포진해 있는 곳이니까요. 가가와현에서는 리츠린 공원도 놓칠 수 없어요. 국가 지정 특별명승지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정원이라고 해요. 반달모양의 다리, 전통 나룻배를 즐길 수 있는 와센, 영주들의 다실까지 23만 평의 거대한 정원. 이곳의 풍경을 묘사하는 ‘일보일경’, 걸을 때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에요. 가가와현의 다카마쯔에서 먹었던 올리브는 잊을 수가 없어요. 버터리하면서도 고소하고 짭조름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의 올리브는 그 뒤로 어디서도 맛볼 수 없었죠. 가가와현과 가까운 곳의 쇼도시마에서 재배된 올리브 가공품을 다카마쯔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요. 다카마쯔는 간장으로도 유명해요. 깨끗한 물은 기본이고요, 쇼도시마는 예전 해상 무역의 거점이어서 콩과 밀을 조달하기 쉬웠다고 해요. 게다가 비가 적은 지중해 기후가 간장을 발효하고 숙성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었거든요. 여기에 우동과의 시너지로 간장 산업이 크게 발달했죠. 마루킨 간장이 더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저는 카마다 간장 가게를 방문했었어요. 간장을 맛, 용도, 용량으로 세분화하는 일본의 세밀한 판매술에 놀랐던 기억도 떠올랐고요. 그 작은 마을에 일본에서 가장 긴 아케이드가 있다는 것도 신기해요. 사누키 아케이드는 총 2.8km나 되고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어서 딱 하나만 조심하면 돼요. 길을 잃지 않는 것. 우리가 여행지에서 꼭 사 오게 되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도 화제가 됐죠. 어디를 가든 에코백에 눈독을 들이는 저와 달리 54장의 트럼프를 사는 A님, 종이와 패브릭을 좋아하는 E님, 자석을 수집하는 F님 등 여행의 방법만큼이나 취향도 다양. 여행 이야기는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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