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사 워크숍 #시코쿠_1

도시탐사 워크숍 #시코쿠_1 6월의 워크숍은 일본 소도시, 나오시마로 시작했습니다. 섬 전체가 미술관이라 불리는 곳이죠. 일본의 47개 현에서 가장 작은 가가와현의 다카마츠항에서 페리로 50분이면 예술의 섬인 나오시마에 도착하죠. 나오시마는 미쯔비시의 제련소에서 흘러나오는 폐기물로 심하게 훼손된 섬이었어요. 이 섬의 재생은 교육출판 기업인 베네세 그룹의 메세나 활동으로 시작됐고요. 베네세 그룹의 후쿠타게 소이치 회장은 버려진 지역을 예술로 치유하기 위해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됐죠. 자연, 예술, 건축이 융합된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회장 사후에도 대를 이어 계속 진행 중이에요. 나오시마 프로젝트에 등판한 사람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그는 예술의 섬,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총괄 프로듀서 역할을 하게 되죠. 페리를 타고 나오시마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선착장에 있는 빨간 호박이에요. 쿠사마 야요이의 대형 설치 예술로 내부가 비어 있어서 포토존으로 인기예요. 쿠사마의 또 다른 호박은 베네세 하우스 부근의 작은 방파제에 있어요. 수평선 경계에 있는 노란 호박은 시선을 강탈하죠.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1호는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이에요. 호텔과 미술관의 복합 공간으로 다양한 예술 작품을 볼 수 있어요. 안도 다다오의 건축미가 돋보이는 베네세 하우스 오벌은 숙박객에게만 공개되지만 실망하기는 일러요. 나오시마에는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 많으니까요. 지추 미술관은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기조를 잘 볼 수 있죠.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도록 미술관의 대부분을 지하에 만들고 자연광이 깊게 들어오도록 설계했어요. 제임스 터렐의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것도 이곳의 매력이고요. 인공조명을 통해 빛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도록 공간 착시를 일으키는 터넬의 작업은 늘 신비롭죠. 그러나 무엇보다 압권은 거대한 클로드 모네의 수련 작품이에요. 타일 질감의 흰 공간 안에 들어가는 순간 거대한 수련 작품에 시선이 고정될 수밖에 없어요. 지추미술관의 가까운 곳에는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이우환 미술관이 있고, 부근에 밸리 갤러리도 있어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밸리 갤러리는 숲 속 계곡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예요. 88개의 슬랙 불상도 볼 수 있지만, 밸리 갤러리의 주인공은 쿠사마 야요이예요. 그녀의 상징인 미러볼을 계곡 곳곳에 흩어 놓았죠. 1966년 이탈리아의 비엔날레에 초대받지 못했던 그녀는 뮤지엄 밖 잔디밭에 1,500개의 미러볼을 설치하여 게릴라 퍼포먼스를 했어요. 미술계의 상업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1개당 2달러에 미러볼을 판매하기도 했고요. 그 미러볼이 나오시마의 계곡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거예요 연못 위를 떠다니는 미러볼들은 바람을 부딪치며 청명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수풀 위에서 빛을 반사하기도 해요. 안도 다다오의 노출 콘크리트 갤러리 이곳저곳에도 놓여있고요. 전통 가옥을 리모델링한 안도 다다오 뮤지엄은 놓치기 쉬워요. 노렌이 드리워진 작은 문, 낮은 담장이 소박하게 자리 잡고 있거든요. 그러나 그 안에는 안도 다다오의 시그니처인 노출 콘크리트 공간을 볼 수 있어요. 나오시마 프로젝트들의 스케치와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어요. 나오시마 하면 집(이에) 프로젝트를 빼놓을 수가 없어요. 마을 전체의 빈집과 오래된 신사를 예술 작품으로 바꾼 재생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어요. 물속에 LED 숫자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카도야’부터 터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나미데라’, 유리 계단이 특징이 ‘고오 신사’, 치과였던 곳을 전위적인 공간으로 예술작품으로 바꾼 ‘기아’ 등 한 곳 한 곳의 개성이 뚜렷해요. 우리는 각자가 애정하는 공간, 최근에 경험했던 공간, 꼭 소개해주고 싶은 공간 등을 이야기하기로 했어요. A님은 캠브리지의 캐틀스야드(Kettle's Yard)를 인상적인 공간으로 소개해 주셨어요. 전 테이트 갤러리 큐레이터가 아내와 함께 살던 가정집을 대학에 기증했다고 해요. 작품과 일상용품이 조화롭게 전시된 독특한 하우스 뮤지엄이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니 궁금증이 커졌죠. 너무 좋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신 곳은 교토에 있는 가와이 간지로 기념관이에요. 일본의 대표적인 도예가 가와이 간지로가 실제 거주하며 작업했던 공간을 보존한 곳이에요. 그가 직접 설계한 아름다운 목조 가옥과 작품, 대형 가마를 감상할 수 있다고 하네요. 어슬렁거리며 집주인 행세를 하는 고양이도 놓칠 수 없고요. 작년에 나오시마를 방문하셨다는 B님은 나오시마에서 우연히 발견한 나오시마 홀을 소개해 주셨어요. 거대하고 가파르게 솟은 뾰족한 지붕이 사진에서도 눈에 띄더라고요. 지붕 상단의 삼각형 개구부를 통해 자연 바람이 통과하도록 설계된 친환경 건물이라고 하네요. 이곳은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이자 전통 예능 공연장 등으로 활용된다고 해요. 그런 공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지역 주민의 혜택이 부럽고, 그런 복지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이셨어요. C님은 모든 방이 바다를 향해 있는 ‘지평집’을 소개해주셨어요.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곳으로, 건물이 땅 속에 낮게 위치해 있다고 해요. 아침에 거제의 고요한 바다를 보며 눈을 뜰 수 있다고 생각하니 당장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D님은 젠틀몬스터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이야기했어요. 성수동에 위치한 아이아이컴바인드 사옥이자 탬버린즈, 누데이크 등이 모여 있는 대규모 공간이죠. B님은 요즘은 ‘낭비하는’ 공간들이 주는 터치감이 크다는 화두를 던지셔서 곱씹어보는 계기가 됐어요. 질서 정연하게, 목적에 충실한 공간보다는 헐렁한 듯 무목적 공간에서 마음의 여유를 얻어가는 건 사실이니까요. 실내의 거대한 아트 조형물과 실외의 분수공간을 보면, 블루 엘리펀트도 젠몬 못지않게 공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는 것은 E님의 발언이었어요. 평창동 꼭대기의 ‘더 피아노’라는 카페도 대화에 올렸어요. 계곡을 품고 있는 카페라는 말은 은유가 아니라 묘사에 가까워요.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실내에 암벽을 타고 흐르는 계곡물이 눈앞에 이니까요. 우리는 이렇게 나오시마를 여행한 뒤 공간 수다로 뒤풀이를 했어요. 늘 그렇듯이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은 뒤풀이 역할이 더 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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