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사 워크숍 #대만_2 워크숍을 하면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그중 최고는 대만행을 마음먹는 분들이 생겨나는 거예요. 실제로 A님은 대만 워크숍 1차와 2차 사이에 대만을 다녀오셨어요. 대만이 처음도 아니었지만 3박 4일로는 턱없이 부족한 일정이었다며 합니다. 우거진 아열대 나무들이 너무 예쁘고, 눈이 돌아갈 만큼 볼거리가 많았다는 후기는 다른 분들의 엉덩이도 들썩이게 만들었어요. 타이베이를 MBTI로 말하자면 대문자 P일 거라고 얘기하면서 타이베이의 예술적 감수성에 푹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오늘 워크숍은 대만의 크리에이티브를 중심으로 풀어나갔어요. 대만은 한족, 네덜란드, 일본의 영향을 받아 혼성적인 문화가 특징이에요. 과시하지 않고 온화하고 수수한 생활 방식은 대만인들의 특징이고요. 특히 이른 아침에는 아침 식사를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식당들이 많아요. 외식 문화가 발달한 대만에서는 계란 전병(딴핑), 주먹밥(판퇀)이나 두유(떠우장) 등의 소박한 아침 식사를 파는 곳이 많거든요. 두유(떠우장) + 요우티아오 (도넛) 이렇게 소박하고 서민적인 대만을 생각하다가 대만의 디자인 신을 보면 대만이 다시 보여요. 대만이 디자인 강국이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대만은 1970년-1990년 전 세계에서 손에 꼽는 제조 강국이었어요. 제조업 기반의 물적, 인적 인프라는 메이커 문화를 만들었어요. 견고한 제조업 배경과 창의적인 청년 문화가 결합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 대만 곳곳에 있는 창의 문화 공원들입니다. 먼저 타이베이에 있는 대표적인 창의공원인 타이베이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와 쑹산 문화창의원구를 얘기했어요. 문화창의공원, 문화예술특구, 문화창의산업단지 등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영어로는 'cultural and creative park'로 해석됩니다. 그야말로 창의적인 시도를 하고 교류하고 다양한 문화 전시를 통해 디자인 역량을 키우는 거점이에요. 중요한 것은 다양한 규모의 디자인 페어를 통해 국가가 창작자를 키우고 창작 문화를 육성한다는 점이에요.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 화산 1914 창의문화원구 타이베이의 화산 1914는 일제강점기인 1914년에 지어진 양조장 건물이에요. 1961년 이후 방치된 벽돌건물을 복합공간으로 개조했죠.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책을 엎어놓은 것 같은 박공지붕, 붉은 벽돌과 덩굴 건물이 일렬로 보여요. 낡아서 더 운치 있는 모습이죠. 만약 매거진을 공간으로 만든다면 화산 1914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다양한 기획과 편집을 통해 계속 매거진 같은 공간이 펼쳐지거든요. 저희가 출장을 갔을 때는 없던 다춘비누 매장이 입점되어 있다는 A님의 얘기를 들으니 매장도 꽤 자주 바뀌나 봅니다. 차콜라테 거기에서 맛보았던 차콜라테 경험을 얘기했더니 A님이 바로 사진으로 증명해 주셨어요. 활성탄을 넣어 새까만 색의 라테인데요, 커피 맛은 약하지만 라테아트만큼은 예술이죠. 대만에 자주 가시는 B님은 그곳도 없어질 수 있으니 경험할 수 있을 때 경험해야 하는 곳이 화산 1914라고 덧붙였어요. 그만큼 매장의 순환이 잦은 것 같아요. 그에 비하면 입구의 소일자 편집숍은 화산 1914의 간판인 듯해요. 커피값이 싸지 않았다는 A님 말에 B님도 동의했어요. 오히려 차를 마시는 편이 저렴하고 커피는 비싼 편이라고 하네요. 실제로 대만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는 로컬 브랜드 커피들이 더 강세였어요. 소일자 편집숍 화산 1914의 풍경은 아열대 식물들이 큰 지분을 차지합니다. 수령이 수백 년은 된 것 같은 나무들과 다양한 수종들이 어우러져 나무만 감상하기만 해도 좋은 곳이에요. 특히 나무들의 성장을 존중하여 지붕과 난간을 개조한 부분은 인상적이었죠. C님의 말대로 지붕이 나무를 토해낸 것 같은 풍경을 볼 수 있거든요. 지붕을 뚫고 올라간 나무들은 화산 1914의 분위기에 한몫하죠. 나무가 흔한 아열대 기후의 도시에서 나무들은 성장권을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타이베이에 있는 또 하나의 창의공원은 ‘쑹산 문화창의원구’에요. 1937년 일제 강점기에 건립된 담배 공장을 리모델링 한 곳이에요. 단조로울 정도로 효율성을 생각한 2층 건물은 타이베이에서 가장 힙한 공간으로 재생되었죠. 이곳에서는 대형 페어와 전시, 박람회 등이 끊이지 않아요. 특히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담배공장의 기숙사 욕실을 개조한 곳은 여유를 가지고 입장하는 게 좋아요. 쉽게 빠져나올 수 없거든요. 들어가면 'book bath'이라는 이름의 매거진 섹션이 나와요. 계단 형태의 열람 공간인데, 세계 각국의 매거진이 사방을 채우고 있어요. 그곳에서 작은 문을 통과하면 예전에 공용탕으로 사용되었던 반원형의 욕조가 눈에 들어와요. 이곳은 아트북의 천국이에요. 타이포, 그래픽, 로고, 사진, 광고, 건축, 그림책까지 다양한 아트북을 볼 수 있거든요. 정원을 바라보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늘 만원이지만 디자인에 목마른 사람이라면 몇 시간이라도 머물 수 있을 거예요. 디자인 라이브러리 밖으로 나오면 멀리 거대한 곡선의 건물이 보여요.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에스라이트 호텔이에요. 이쯤에서 에스라이트를 소개하면요, 에스라이트야말로 대만을 대표하는 메가 브랜드라고 할 수 있어요. 1980년대 출발한 에스라이트 서점은 청핀으로 불리고 성품 (誠品)이라는 한자로 써요. ‘좋은 책은 외롭지 않다’는 창립자의 말대로 책에 진심인 브랜드죠. 좋은 라이프를 제안하는 츠타야가 벤치마킹한 곳이 바로 에스라이트 서점이에요. 에스라이트 호텔 에스라이트 호텔 로비 서점인 에스라이트는 복합쇼핑물의 리테일 사업으로 확장해요. 에스라이트 스펙트럼이라는 이름으로요. 서점에서 결국 돈이 되는 리테일 사업으로 전환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에스라이트 스펙트럼에는 반드시 서점이 있어요. 책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 느낌이에요. 그리고 바로 쑹산에서 볼 수 있는 에스라이트 호텔에는 책에 대한 그들의 진심을 볼 수 있어요. 세계적인 일본 건축가 이토도요가 설계한 이 호텔의 1층 로비에는 5천 권의 책이 로비 한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어요. 객실마다 책이 비치되어 있고 오히려 스위트 룸에는 서재가 있을 정도죠. 이 호텔 안에 입점되어 있는 에스라이트 서점은 유일하게 24시간 영업을 하고요. 2024년 타임지는 에스라이트 서점을 아시아 최고 서점으로 선정했어요. 또 하나 놀랐던 것은 지하철 역에서 만난 에스라이트 지하서가였어요. 260m로 길게 이어진 서가를 운영하는데요, 퇴근길에 서점을 찾는 직장인들이 많아요. 일상의 곳곳에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에스라이트. 이 정도면 책을 중심으로 펼치는 그들의 세계관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에스라이트 지하서가 타이베이에서 타이중으로 옮겨갔어요. 타이중에도 창의공원이 있지만 화산 1914나 쑹산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요. 대만 최대 양조장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상업적이기보다 창작자들을 위한 스튜디오와 공방을 운영하면서 진중한 전시를 하는 인상이었어요. 타이난에서 더 재미있는 공간이자 공원은 국가 만화 박물관이에요. 일제 시대 형무소였던 공간이고요, 입구의 큰 가옥은 교도관들의 무도 연습장으로 활용된 곳이에요. 일본식 목조건물에 만화책을 아카이브하고 있는 공간이에요. 키 큰 나무들과 화려한 꽃나무들, 인공 연못, 건물과 방마다 채워져 있는 이곳을 둘러보면서 대만이 만화라는 콘텐츠를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었어요. 타이중 문화 창의공원 타이중 문화 창의공원 국가 만화 박물관 국가 만화 박물관 국가 만화 박물관 타이중을 벗어나기 전에 국립 가극원을 소개할게요. 에스라이트 호텔과 마찬가지로 건축가 이토도요가 설계한 공연장인데요. 원시의 동굴을 모티브로 곡선의 파사드, 기둥이 없는 내부 공간을 디자인했어요. 내부의 천장도 곡선의 비정형성으로 되어 있어서 동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에요. 국립 가극원 국립 가극원 타이난에는 블루프린트라는 작은 규모의 창의공원이 있습니다. 블루프린트라는 상징적인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그 주변으로 17개 정도의 개성 있는 가게들이 있어요. 대만의 전근대 역사를 볼 수 있는 책들과 역사를 모티브로 한 굿즈를 판매하는 독립서점, 어떤 그림이나 어떤 패브릭도 신발로 만들어주는 수제화 점 등 어디서도 보기 힘든 가게들이 있어요. 타이난 블루프린트 문화창의공원 타이난 블루프린트 문화창의공원 설명 가오슝은 대만의 제2도시이자 항구도시예요. 가오슝 문화창의공원은 규모가 거대해요. 경전철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죠. 가장 대표적인 곳은 보얼예술특구(Pier-2 Art Center)에요. 1970년대의 항구 물류 창고들을 리모델링하여 문화예술단지로 재탄생했죠. 다양한 그라피티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항만 노동자 설치 예술품, 대걸레를 들고 빨간 괴물과 대적하고 있는 관우신 등 위트 있는 예술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보얼예술특구 안에는 심플한 구조의 무지 호스텔이 있어요. 간단한 비품은 자판기를 통해 구입할 수 있어요. 보얼예술특구 보얼예술특구 보얼예술특구 대만의 크리에이티브를 볼 수 있는 세 가지 브랜드도 이야기 나눴는데요, 첫 번째는 금원흥이라는 패브릭 브랜드예요. 플라스틱 간이의자, 대만의 귀한 음식인 숭어알, 다마고치, 강간남, 단순한 신발인 조리 등 집단 기억 속의 물건들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패브릭이에요. 있는 그대로 공동의 기억을 오리지널리티로 살리는 디자인이야말로 자존감을 볼 수 있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원흥 다춘비누는 1923년에 생긴 오래된 브랜드예요. 뷰티 브랜드의 공식에 벗어난 로고가 눈길을 끌죠. 팔자 주름에 하회탈 같은 로고는 다춘비누를 기억시키는 강력한 로고예요. 벽면을 가득 메운 비누 모자이크, 허브추출물을 넣은 천연성분의 제품들, 그중에서도 카발란 위스키 성분을 넣은 비누는 입소문을 타서 인기예요. 다춘비누 마지막 브랜드로는 펑리수 브랜드 중 하나인 써니힐이에요. 입점 전략부터 범상치 않죠. 써니힐 매장을 본 곳은 쑹산창의공원과 가오슝의 보얼예술특구였어요. 특히 보얼예술특구는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걸은 후에 만난 곳이라 더 반가웠어요. 당이 필요한 시점에 정성스럽게 내준 무료 펑리수와 따듯한 우롱차는 써니힐에 대한 호감을 높여줬죠. 피날레는 패턴 디자이너인 D님의 선물이었어요. 직접 디자인한 패턴의 노트로 모두가 마음이 따듯해졌거든요. 대만 워크숍도 여러분들 덕분에 이렇게 따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써니힐 써니힐 무료시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