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사 워크숍 #3 한파로 코끝이 빨개지는 날. 교토 워크숍 2회 자리를 가졌습니다. 첫 번째 테마는 교토의 건축물입니다. 고도가 제한되어 있는 교토에서 유일한 고층 빌딩은 1963년에 지어진 교토 타워예요. 113m의 뾰족한 탑은 도시를 밝히는 등대를 상징한다고 해요. 2007년 이후 교토는 고도제한을 31m로 정해 더 엄격해졌어요. 교토타워는 고도 제한을 벗어난 유일한 예죠. 교토타워 교토에서 가장 먼저 경험할 수 있는 건축물은 교토역이에요. 전통적인 도시에서 가장 첨단 시스템을 갖춘 미래지향적인 건물이고요. 가로로 470m에 이르는 긴 형태에 유리 건물. 교토타워와 구름까지 유리창에 반사됩니다. 교토의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거대한 보이드 공간을 두고 유리로 개방성을 극대화한 건물이에요. 한쪽에는 1만 5천 개의 LED가 장식된 171개의 계단이 있어요. 이곳에서 펼쳐지는 미디어 아트는 스케일과 화려한 연출로 늘 사람들의 시선을 끌죠. 교토역 교토역을 설계한 사람은 '하라 히로시'입니다. 삿포로 돔을 설계한 건축가이기도 해요. 삿포로 돔은 인조 잔디인 야구장과 천연 잔디인 축구장이 별도의 레이어로 구성되어 있어요. 신기하게도 축구장이 삿포로 돔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무빙 스테이지 형태예요. 하라 히로시는 하이테크 시스템을 잘 활용하는 건축가로 유명합니다. 삿포로 돔 두 번째 건축물 사례는 교토 에이스호텔입니다. 에이스호텔은 시애틀 1호점을 시작으로 뉴욕, 시드니, 캐나다 등에 지점을 가진 부티크 호텔 체인이에요. 지역성을 최대한 반영하기 때문에, 같은 에이스호텔이라도 도시마다 분위기가 모두 달라요. 그래서 에이스호텔은 프랜차이즈 대신 ‘컬렉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죠. 1층 로비에 스텀프타운 커피가 있는 것은 공통이에요. 로비는 에이스호텔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섞일 수 있도록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하고 있거든요. 교토 에이스호텔은 아시아 최초의 에이스호텔입니다. 오래된 구세군 시설을 활용했던 1호점처럼 교토는 옛 전화국 건물인 신풍관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호텔과 복합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했어요. 신풍관에는 빔즈 재팬, 르 라보, 메종 드 키츠네, LDK1 등 핫한 브랜드뿐 아니라 ‘야채와 책’ 가게 등 재미있는 가게들도 있어요. 호텔 투숙객은 물론 외부인들도 신풍관의 중정을 산책할 수 있도록 최대한 호텔이 개방되어 있고요. 야채와 책 에이스 호텔은 오랫동안 교토를 눈여겨보았다고 합니다. 교토점을 오픈하면서 ‘East meets west’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어요. 그리고 east를 대변하는 교토점은 교토다운 한 방이 필요했죠. 교토 에이스호텔에 사용된 모든 서체, 방마다 걸려있는 그림, 호텔의 구조를 보여주는 표지(diriectory)까지 한 사람에서 나왔어요. 모두 '유노키 사미로'라는 민속공예가의 작품이에요. 안타깝게도 최근 101세의 나이로 타계하셨어요. 에이스호텔에 남긴 그분만의 고유하고 디테일한 흔적은 입꼬리가 올라가게 합니다. 예를 들어, 일반 호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Don’t disturb’ 표지판은 ‘Not now’라고 적힌 작은 빗자루가 그 역할을 대신하죠. 에이스호텔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 호텔을 설계한 구마 겐고로 이어졌어요. 구마 겐고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는 건축가입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건축, 콘크리트 소재의 폐쇄성 있는 건축을 추구하는 안도 다다오와 많이 비교되는 건축가예요. 대척점에 있다고 할 수 있거든요. 구마 겐고는 지역성을 최대한 고려하면서 약한 건축, 연결된 건축, 자연 소재의 건축을 추구합니다. 특히 건축 소재로서 나무에 진심이에요. 도쿄 와세다 대학 내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은 일렁이는 나무 터널을 만들어 하루키 세계로 입장하는 상징을 만들었죠.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최근 작품으로는 2025 오사카 간사이 엑스포를 위해 만든 카타르 파빌리온과 포르투갈 파빌리온이 있어요. 두 작품 다 내부는 나무를 활용했어요. 팽팽한 돛을 형상화한 카타르 파빌리온, 해양국가의 문화자산을 살린 포르투갈 파빌리온 모두 근사해요. 특히 포르투갈 파빌리온은 9,000여 개의 수직 밧줄과 어망을 활용하여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조형물로 완성했죠. 카타르 파빌리온 일본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 상 수상자를 9명이나 배출했어요.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앞서 요요기 경기장을 설계한 단게 겐조를 비롯해 안도 다다오, 종이 튜브를 활용하여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반 시게루 등이 있어요. 점점 더 많은 해외 건축가들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건축가의 입지가 좁아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하네요.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건축으로 옮겨갔어요. A님은 젠틀 몬스터가 소유한 탬버린즈 건물을 보고 놀랐던 에피소드를 들려주었어요. 독특하고 파격적인 건축 외관 때문에 뼈대 건축, 공사장 뷰 등으로 불리며 큰 화제가 되는 건물이죠. 젠틀몬스터 문법을 그대로 베끼고 있는 블루 엘리펀트 이야기도 나왔어요. 이름을 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후의 행보는 미지수일 수밖에요. 탬버린즈 성수 B님은 도쿄 긴자에 있는 젠틀몬스터 건물을 언급했어요. 도쿄의 아오야마 이어 긴자에도 젠틀몬스터 플래그십이 진출했거든요. 2호점 역시 감각적인 조형물들과 대형 LED 전광판을 볼 수 있어요. 젠틀몬스터의 진출을 ‘흑선’이 오는 것으로 표현하는 현지 반응도 흥미로웠어요. 검은 배라는 뜻의 흑선은 일본에서 단순히 외국배를 넘어 200년 넘게 이어진 쇄국 정책을 끝내고 근대화를 강요받은 '충격과 개항'의 상징이거든요. K 웨이브에 대한 반응이 흥미로웠어요. 젠틀 몬스터의 전략에는 호불호가 있지만 공간에 자극점이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건축과 건축가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죠. C님은 교토의 ‘큐쿄도’ 매장이 인상적이었다고 해요. 큐쿄도는 360년이 넘는 문구 및 향 전문점이에요. 전통적인 서예 용품부터 계절감이 담긴 엽서와 편지지, 종이 용품을 판매하는 곳이죠. 이곳은 2021년에 ‘나이토 히로시’의 설계로 아름답게 리뉴얼되었습니다. 실제로 높은 층고, 나무로 된 지붕은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이 동시에 느껴지는 곳이었어요. 나이토 히로시는 도쿄에도 재미있는 공간을 설계했어요. '키오이 세이도'(Kioi Seido)는 나이토 히로시가 설계한 실험적인 공간이에요. 신석기시대를 모티브로 설계했는데, 전시가 없을 때는 내부를 볼 수가 없어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시점에 맞춰야 방문할 수 있다고 해요. 큐쿄도 키오이 세이도 ‘사찰과 신사도 콘텐츠’. 이번 워크숍의 두 번째 테마입니다. 교토의 사찰을 방문했을 때 일입니다. 료안지의 입장권에는 멋진 그림이 그려져 있고, 기요미즈데라는 사계절을 반영한 4종의 입장권, 은각사의 입장권은 부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입장 후에도 소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죠. 대만에서의 기억도 떠올랐어요. 타이난의 하야시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1층에 비치된 스탬프를 꾹 눌러 찍는 분을 봤어요. 노트에 가득 찍힌 스탬프가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대만은 어트랙션마다 스탬프가 있어요. A님은 우리나라에도 스탬프를 비치하는 곳이 많아졌는데, 찍고 싶을 만큼 마지막 미감도 좋았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죠. 일본 사찰의 주요 상품은 두 가지, 부적(오마모리)과 운세(오미쿠지)입니다. 부적은 그 즉시 열어보면 운이 달아난다고 해요. 1년이 지난 후 절에 반납하거나 태워버리는 것이 일반적이고요. 재미로 하는 운세 뽑기는 운이 좋지 않을 경우 그 자리에 묶어두고 온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운을 사고파는 행위가 단순한 재미로 보이지만, 일본에서는 1,000년이 된 관습이자 전통이죠. 교토에 있는 붉은 도리이 터널이 끝없이 산으로 이어지는 ‘후시미 이나리’ 사원은 교토에서 랜드마크로 통하죠. 성공을 기원하거나 소원이 이루어진 후 감사의 뜻으로 세운 도리이에요. 낮은 평지에서 시작한 도리이가 산속으로 끝없이 이어진 것은 입이 벌어지는 장관이었어요. 후시미 이나리 곳곳에는 신의 사자이자 농업을 관장하는 여우 상이 입에 곡물이나 곡물창고의 열쇠를 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D님은 일본의 순례길에 대해 언급했어요. 고인에 대한 추모, 사후 세계 등을 새기며 묘지를 따라 수행하는 행위에 대해 말이죠. 브라질에서 7년이나 거주하셨던 E님은 남미의 장례 풍습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어요. 새에게 시신을 보신하는 형태의 ‘조장’은 현재 거의 하고 있지 않지만, 시신을 높은 산에 안치하여 맹금류 등이 먹게 함으로써 육신이 자연이 일부가 되는 하는 것은 남미 원주민의 장례 문화라고 해요. 특히 페루 안데스산맥 지역에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곳에 구멍을 뚫거나 암석 틈새에 시신을 안치하는 고대 문명 문화가 있다고 합니다. 뱃속 태아의 형태로 웅크린 채 안치한다고 해서 신기했어요. 찾아보니 망자를 보호하고, 산의 신이나 조상과 더 가까운 곳에 두기 위한 영적인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네요. 남미에 대해 너무나 지적, 심리적 거리감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던 순간이에요. E님이 추천하는 진짜 묘지는 스톡홀름에 있는 우드랜드라고 합니다. C님의 버킷리스트에 있는 곳이라고도 했죠. 숲의 일부처럼 묘지를 설계하여 세계문화유산이 된 곳이죠. 건축과 자연경관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숲 속에 채플이 있어서 ‘죽은 자에게는 안식, 산자에게는 치유’를 테마로 한 묘지공원이라고 하네요. 모든 나라의 장례문화가 엄숙한 것만은 아닙니다. 하와이의 장례 문화는 바다에서 떠들썩하게 훌라 춤과 화환 등으로 고인의 가는 길을 축하하는 축제 같다고 하죠. 묘지 여행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함정임 작가의 <소설가의 여행법>도 추천드려요. 다양한 작가들이 잠든 곳을 찾는 묘지 순례 이야기거든요. 어느새 교토의 디앤디파트먼트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디앤디파트먼트는 나카오카 겐메이 대표가 ‘롱라이프 디자인’을 콘셉트로 만든 편집숍이죠. 특이하게도 교토의 경우는 ‘불광사(붓코지)’라는 사찰 경내에 있어요. 많은 협의와 오랜 설득 끝에 간신히 오픈할 수 있었다고 하죠. 우리의 사찰들도 임팩트 있게 브랜딩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지 이야기가 오갔어요. 대만 가오슝에는 대만 최대 불교 사찰인 '불광산사'(Fo Guang Shan)가 있는데요, 그곳에는 ‘적수방’이라는 채식 식당이 있다고 해요. 담백하고 정갈한 맛이 일품이라는 얘기에 궁금증이 증폭됐죠.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사찰 이야기가 나왔어요. 대원각 요정 주인이었던 김영한과 시인 백석의 이야기가 남아있는 '길상사'는 서울에서 찾아갈 수 있는 아담하고 예쁜 절입니다. 영주의 '부석사'는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으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죠. 신라 의상대사가 절을 지을 때 방해하는 세력들을 물리치기 위해 대사를 연모하는 여인이 용으로 변해 돌을 던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돌과 바닥 사이에 실이 통과한고 해서 떠있는 돌, 부석이라고 하죠. 돌 이야기로 유명한 절은 밀양의 '만어사'입니다. E님이 소개한 만어사는 수로왕이 창건했다고 하는 천년 사찰이에요. 수많은 돌이 쌓여 있는데, 두드리면 맑은 쇳소리가 난다고 해요. 불광산사(Fo Guang Shan) A님은 남양주에 있는 ‘수종사’를 소개했어요. 수종사는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사찰이죠. C님이 소개한 창원의 '장수암'은 모두 메모하기 바빴습니다. 해안 절벽에 위치한 장수암은 SNS에서 오션뷰 사찰로 인기가 많아요. 108 계단을 오려면 푸른 바다의의 절경이 펼쳐져 있으니까요. 2회 차 워크숍도 쏟아진 이야기는 많고, 시간은 부족했습니다. 아직 3회와 4회가 남았으니 안심이고요. 수종사 장수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