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사 워크숍 #2

도시탐사 워크숍 #2 어제 도시탐사 교토 편 워크숍 1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워밍업 이후 본격 워크숍이었던 셈이죠. A님이 준비해 주신 감자 샐러드 수제 빵은 추위와 허기를 동시에 채워주는 감동적인 간식이었어요. 첫 수업의 화두는 일본화(Japaniztion)입니다. 외래의 것을 적극 수용해서 일본식으로 해석하고 변형하여 일본 고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일본의 기질과 특성을 알게 되면 교토가 더 잘 보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교토에 가면 많은 것들이 교토의 것으로 ‘교토화’되어 있거든요. 큰 단위의 일본화가, 교토에서는 ‘교토화’라는 작은 단위의 일본화를 볼 수 있으니까요. 일본의 근대화는 성공적인 근대화의 사례로 손꼽힙니다. 쇄국을 고집하던 일본은 나가사키를 통해 서양 문물을 최초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죠. 데지마라는 인공섬을 만들어 포르투갈과의 교역을 허용했어요. 그러나 서양의 앞선 기술 문명을 받아들이고자 했던 일본은 포교를 겸하는 포르투갈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포르투갈은 쫓겨가고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가 포르투갈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최초의 주식회사로서 오직 상업적 거래만 추구했거든요. 일본은 포르투갈이 남긴 빵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카스텔라’가 그 사례죠. 나가사키에는 300년 이상 된 카스텔라 유명 브랜드 3개가 순위를 앞다투고 있어요. 달걀노른자와 설탕만으로 만드는 묵직한 카스텔라는 일본화된 빵입니다. 외국에서 들여와 일본화한 것은 식문화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돈가스가 대표적이죠. 오므라이스는 프랑스 오믈렛의 변형이에요. 볶음밥을 오믈렛으로 감싸 오므라이스라는 음식을 만들었죠. 카레라이스는 전형적인 일본식 음식입니다. 다양한 향료로 강한 맛을 내는 인도 카레는 영국 해군을 통해 일본에 들어왔어요. 일본은 고소하고 담백한 카레를 만들고. 거기에 튀긴 야채 등을 넣어 다양한 일본 카레로 변형시켰어요. 밥은 빼놓지 않았죠. 675년부터 1200년간이나 육식을 금했던 일본은 고기에 대한 거부감이 컸어요. 서양의 포크커틀릿은 일본으로 건너와 돈가스가 되었어요. 그때부터 돼지고기를 두껍게 썰어 딥 플라잉 한 후 느끼한 맛을 잡아줄 아삭한 양배추와 함께 먹었어요. 익힌 야채인 가니쉬와 함께 먹는 포크커틀릿과는 다른 방식이죠. 일본어로 ‘돈가츠’는 시험이나 면접, 시합을 앞둔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해요. 가츠는 우리말로 이기다(win)을 뜻하거든요. 수험생들에게 붙으라는 의미에서 엿이나 떡을 선물하는 것처럼 스토리텔링된 문화예요. 음식에서 벗어나 볼까요? 일본에 가면 젓가락 기념품을 많이 사 옵니다. 중국에도 화려한 젓가락 기념품이 많지만 일본을 따라갈 수가 없는 것 같아요. 스토리를 덧붙여 사찰에서도 비싸게 팔고 있죠. 중국은 둥근 테이블에 앉아 함께 먹는 식문화이기 때문에 길이가 긴 젓가락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국물문화이기 때문에 숟가락과 젓가락이 한 세트고요, 일본 젓가락은 상대적으로 짧고 끝이 뾰족합니다. 생선 가시를 발라내기 좋은 형태를 하고 있죠. 미소시루 같은 국물을 먹더라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그릇째 들고 마시지, 우리만큼 숟가락 사용빈도가 높지 않아요. 다양한 디자인으로 상품화된 일본 젓가락에 비해 우리는 젓가락 상품화가 상대적으로 빈곤한 것 같아요. B님은 부암동에 있는 젓가락 갤러리인 ‘저 집’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저’(著)는 젓가락을 뜻하는 한자어로, 이곳의 젓가락들은 천연 옻칠을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야기는 도자기로 넘어갔습니다. 일본 도자기는 조선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임진왜란은 도자기 전쟁이라고 말하기도 하죠. 조선의 앞선 도자기 기술과 도공들을 약탈하기 위해 일으킨 전쟁이라는 의미에서요. 임진왜란 당시 일본에서는 최고 권력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비롯해 무사들이 다도에 심취해 있었어요. 차 도구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고요. 조선의 발달한 도자기 문화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죠. 이삼평을 비롯해 수많은 도공들이 무참히 끌려갔어요. 이삼평은 현재 일본에서도 도자기의 시조로 불리며 존중받는 인물입니다. 이를 두고 처음부터 이삼평을 모셔갔다는 말은 와전된 거죠. 마블로켓이 사가현을 탐사했을 때 깊은 산골짜기에 있는 ‘오카와치야마’라는 곳을 찾아간 적이 있어요. 400년 된 도자기 마을인데 그 입구에 무명의 조선 도공들의 묘가 많았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끌려와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평생 그곳에 갇혀 도자기를 구웠던 희생자이었던 거죠. 이삼평은 도자기 장인 중의 장인이었습니다. 아무리 구워도 형태나 빛깔이 예쁘지 않자 흙이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이삼평은 양질의 고령토를 찾아냈고 그 흙으로 우유 빛깔의 아름다운 도자기를 구웠어요. 일본 도자기의 탄생인 셈입니다. 임진왜란은 군사적 침략은 물론 문화적, 기술적 약탈로 보는 관점이 맞는 듯합니다. 우리는 일본의 침략으로 도자기가 전 세계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빼앗겼어요. 당신 유럽에서는 중국 도자기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교역의 역할을 했어요. 마침 명과 청의 교체기여서 도자기 공급이 끊길 위기가 되자 동인도 회사는 일본으로 눈을 돌렸죠. 일본은 또 호재를 만난 거예요. 조선의 도공은 사가현의 아리타라는 도자기 마을에서 죽도록 도자기를 만들었고, 그 옆인 이마리 항을 통해 유럽으로 퍼져 나갔어요. 유럽의 수요가 많으니 도자기는 더욱더 발전할 수 있었고요. 이때 도자기를 쌌던 포장지가 우키요에였어요. 우키요에는 서민들을 위한 풍속화인데요, 도자기 포장지였던 우키요에는 유럽의 인상파화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어요. 모네와 고흐 등도 우키요에 매료됐던 화가들이죠. 잠깐 앞광고가 있었습니다만 일본 도자기와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워크숍이 진행되는 느닷 공간에는 예쁜 만년필이 진열되어 있어요. 히젠파이브라는 이름의 만년필 브랜드인데요, 5개의 도자기 마을에서 만든 도자기 펜대로 만들어진 만년필이에요. 그중에는 아리타 도자기도 있고요. ‘히젠’의 뜻을 찾아보니 사가현과 나가사키 일대를 일컫는 옛 지명이더군요. 사가현은 물론 나가사키에도 하사미라는 유명한 도자기 브랜드가 있거든요. 히젠은 옛 지명이지만 예부터 도자기로 유명한 지역이었다고 해요. 일본은 어떻게 그렇게 자기 식의 변형을 잘하는 걸까요?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추측했습니다. C님은 ‘섬’이라는 지형적 한계 때문에 머릿속 영토를 넓히며 사고를 확장한 게 아닐까라는 그럴듯한 가설을 제시했습니다. D님은 기술을 천시하지 않고 장인을 우대하는 문화 때문이 아닐까라는 이야기를 했고, E님은 몇 대째 걸친 직업 세습으로 더 섬세한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정통성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그 외의 것은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는 문화가 잠재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견도 오갔습니다. 원조 논쟁에 이어 ‘시조’라고 우기는 식당 이야기는 폭소를 불러일으켰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겼죠. 일본은 ‘오미야게’라는 선물 문화가 있어요. 여행이나 출장에서 지역 특산품을 사 오는 것 혹은 그 선물을 오미야게라고 하는데요, 교토의 오미야게로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어요. 선물이란 주는 사람 마음이긴 하지만, 교토산 채소(교야사이)에 대한 자부심 때문에 절임 채소인 ‘쯔께모노’가 인기입니다. 잘 익힌 매실 한 알을 비싼 가격으로 팔기도 하니까요. 오미야게로는 가벼운 과자 종류가 일반적인데, 특산물이 없는 도쿄는 ‘도쿄 바나나’를 내세운 것이 재미있어요. <프라하의 도쿄 바나나> 책을 보면 일본 각 지역의 오미야게가 재미있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우리라면 외국인에게 무엇을 선물하면 좋을까요? F님은 도장을 예로 들었어요. 외국인에게 선물해서,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고 했습니다. 제임스를 영어가 아닌 한글 그대로 세공한 도장은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같아요. 이때 G님이 한국산 위스키를 꺼냈습니다. 100년 전의 방아주를 위스키로 복각한 술이었습니다. 알코올은 언제나 환영받는 손님이죠. 교토 이야기로 조금 더 좁혀보자는 의견이 있었어요. 교토의 공공디자인은 어떤 특징을 가질까요? 교토의 미관을 좌우하는 것은 역시 마치야입니다. 교토의 교를 접두어로 붙여 ‘교마치야’로 부르는 전통 가옥이죠. 오래된 가옥들을 보존하고 노렌을 걸어 장사를 합니다. 낡은 가게, 펄럭이는 노렌을 보면 영락없이 유서 깊은 가게 같은데 SINCE 2017인 경우도 있습니다. 낡은 것을 새롭게, 새로운 것을 낡은 것으로 변형시키는 그들의 교토화 전략입니다. 한국의 로컬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시는 H님은 예쁘게 디자인하고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일본 도시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어요. 우리는 늘 같은 것을 찍어내는 것 같거든요. 못생긴 것을 잘 참는 것 같다는 I님의 말은 ‘자학개그’ 같았습니다. 교토의 기온 거리는 깨끗하기 그지없습니다. 게이샤와 수련생인 마이코들이 있는 동네라 적막하며 정갈합니다. 집집마다 대나무를 얇게 잘라 외관의 지저분한 것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마감한 것을 볼 수 있죠. 에어컨의 실외기나 하수구 하나도 노출되지 않도록 대나무로 가림막을 설치했어요. 일본 스러운 익스테리어라고 생각합니다. 료안지를 마지막으로 이야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일본의 오리지널 정원을 볼 수 있는 곳이거든요. 료안지는 돌과 바위로만 이루어진 정원입니다. 하얀색 작은 돌은 갈퀴로 곱게 빚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킵니다. 유홍준 선생님은 료안지를 료안지답게 만드는 것은 정원만큼이나 낮은 담장이라고 했어요.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은 높이에, 낡고 이끼가 끼어 있는 담장이야말로 가레산스이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라는 설명입니다. ‘가레산스이’는 물이 없는 정원을 일컫는 일본어입니다. 산스이는 ‘산수’를 말하고 ‘가레’는 말라 있다는 뜻입니다. 마른 산과 물을 뜻하는 가레산스이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일본만의 고유한 정원입니다. 우리의 ‘마당’ 문화와 대조되죠. 마당은 경계가 없잖아요? 탈춤을 벌이면 탈춤마당이 되고, 씨름을 하면 씨름마당이 되죠. 콘텐츠와 사람이 채우는 마당문화와 달리, 가레산스이는 정해진 규격, 사람이 들어갈 수 없는 인공적인 자연입니다. 모든 이야기를 다 담아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오갔습니다. 다음 워크숍이 더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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