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1월 8일에 도시탐사 워크숍 첫 미팅이 있었습니다. 워크숍의 포문을 여는 워밍업 타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모인 분들이 각자가 여행하는 방식, 좋아하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준 덕분입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이 낱알로 흩어지지 않도록 차곡차곡 모아볼 생각입니다. 교토를 8번이나 여행했다는 A님은 교토에 갈 때마다 평온한 느낌이라고 합니다.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교토의 평탄한 길을 달리다 보면 풍경이 달리 보인다고 해요. 걸을 때와 다른 속도, 어디서 멈출지 선택의 순간들을 즐기며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는 A님 이야기를 들으니 자전거 여행이 하고 싶어 졌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동안은 폰을 보지 않게 되는 것도 자전거 여행의 장점입니다. A님은 온천이 아니라 동네의 대중목욕탕(센토)을 찾는 것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폐업 직전의 목욕탕을 청년이 인수하여 핫한 목욕탕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도 주셨습니다. 아마 ‘우메유’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젊은 세대에게 전통 목욕 문화를 알리는 핫한 목욕탕이거든요. B님은 아일랜드 경험담을 들려주셨습니다. 수도인 더블린과 우리나라의 부산에 해당하는 ‘코크’도 좋지만 특히 ‘켈커니’가 좋았다고 합니다. 켈커니를 알아보니 중세의 역사적 건축물과 현대적인 예술, 축제 문화가 공존하는 활기찬 소도시이더군요. 어느 음식점에 들어가도 마치 대중음악처럼 민속 음악이 흘러나오고, 로컬 악사들이 연주를 하며 동네 주민들이 흥겹게 즐기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합니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문화를 유지하는 켈커니도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으로 ‘저장’해두었습니다. 로컬 프로젝트에 많은 경험 데이터를 가지고 계신 C님은 오히려 덕질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공개했습니다. 주로 여행의 동기는 팬심을 가지고 있는 가수의 콘서트이며, 그들의 콘서트를 보러 사우디까지 갔다고 합니다. 아마 몇몇 분들은 BTS의 사우디 공연을 눈치채셨을 겁니다. 문구도 덕질의 대상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문구류 파는 곳을 즐겨 찾는다는 이야기도 덧붙이셨습니다. 제주에서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구좌읍의 ‘김녕 해수탕’을 언급하셔서, 일본 대중탕에 관심이 많은 A님의 눈을 반짝이게 했습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와 오리지널 제주 방언을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스타트업 투자 컨설팅을 하시는 D님은 포르투가 좋았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최근에 마블로켓이 다녀온 도시라 귀가 쫑긋했습니다. 언덕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포르투를 걸으면서 작은 가게들을 보는 것이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의외로 많았습니다. 스팟에서 스팟으로 옮겨 다니는 ‘점’ 여행보다는 점에서 시작해서 선으로 이어지는 여행을 즐기게 됐다는 F님의 이야기는 여행에 대한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도시 설계와 부동산 관련 일을 하시는 G님은 ‘하루 3만 보’ 화두를 던져서 여기저기 작은 탄성이 터졌습니다. 계획을 세워서 여행을 하기보다는 사람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어디로 모이는지 따라가다 보면 3만 보는 걷게 된다고 했습니다. 오래된 도시를 좋아한다는 H님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현재까지 살아남은 곳을 살펴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했습니다. 역사자산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였습니다. 종로 같은 오래된 지역에도 시간의 지층이 쌓인 곳이 있는데, 우리는 너무 트렌드라는 환상을 좇는 것이 아닌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고 할까요. 호주의 시드니와 멜버른이 좋았다는 I님은 특히 호주의 맛있는 커피 덕분에 여행이 즐거웠다고 했습니다. 커피 맛집이 많아서 하루 3잔씩 커피를 마시면서 잠을 설쳤다는 에피소드도 들려주었고요. 테마가 명확한 여행은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J님은 ‘15분 도시’인 코펜하겐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코펜하겐은 도보든 자전거든 15분 내에 생활의 편의시설이 있는 도시라고 해요. 실제로 코펜하겐을 걷다 보니 공원, 또 걷다 보니 미술관이라고 했습니다. K님은 일본 고베시에 있는 아리마 온천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그곳에서 먹을 수 있는 크로켓(고로케!) 이야기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아리마 온천 부근의 ‘타케나카 정육점’은 실제로 10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크로켓 맛집입니다. 고기를 판매하는 정육점의 한편에서 판매하는 크로켓은 온천 마을의 인기 있는 맛집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L님은 스웨덴 여행 경험을 나눠주었습니다. ‘말뫼’라는 곳이 특이 좋았다고 하시더군요. 말뫼의 시립도서관은 아름다운 도서관으로 유명합니다. 그 도서관의 모든 것이 인상적이었지만 스칸디나비아 명품 의자들이 도서관을 채우고 있는 것이 신기하고 부러웠다고 합니다. 마블로켓 에디터들은 여행과 출장의 경계가 없습니다. 일단 탐사 도시가 정해지면 관련 도시의 책을 수집합니다. 역사는 그 도시의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 주거든요. 공부를 하러 도시를 여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역사를 알게 되면 건축이 더 잘 보이고, 도시 브랜딩을 위해 어떤 기념품을 파는지, 하다못해 맨홀 뚜껑이 왜 이런 이미지인지 알 수 있거든요. 개인적인 촉이 동원될 때도 있습니다. 미나 페르호넨, 르 라보 등 개인적으로 신뢰하는 브랜드들이 입점되어 있는 도시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이외에도 이야기는 많았습니다. 2시간 만에 이 많은 이야기가 쏟아진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요. 빼놓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중요도의 문제가 아니라 빈약한 기억력 때문입니다. 교토에 대해 주고받은 이야기들은 여기 풀지도 못했습니다. 워크숍이 진행될 때마다 최대한 정리해서 업데이트하려고 합니다. 한 분 한 분의 이야기가 전부 달라서 새롭고 새로워서 흥미롭기 때문입니다. 마블로켓의 도시탐사 워크숍은 일방적인 강의가 아니라 의제(agenda)만 정해져 있을 뿐 참가자들의 다양한 시각과 경험, 생각들로 채워집니다. 마블로켓 에디터들도 참가자일 뿐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