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무질서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은 이제 인플레이션 상태예요. 큰 단지 안에 트렌디한 식당들과 카페, 편집숍, 의류매장이 적당히 섞여 있는 곳이라는 고정된 인상이 생겨버렸고요. 게다가 폐공장이나 버려진 학교였던 곳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은 공식처럼 되어버렸어요. 복합문화공간은 세계적인 흐름이에요. 짧게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것을 ‘Fad’라고 한다면, 사회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지속되는 현상은 ‘Trend’로 구분하죠. 그런 점에서 복합문화공간은 전 세계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어요. 고유한 분위기를 발현하는 복합문화공간과 마치 매뉴얼대로 만든 것 같은 지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나뉠 뿐이죠. Ⓒmochiloesemochilinhas 리스본에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는 복합문화공간이 있어요. LX Factory가 그 주인공이에요. 너무 유명해져서 현지인들은 물론 여행자들의 필수 코스가 되어 버렸죠. 관광지가 되었다고 실망하거나 기대를 접을 필요는 없어요. LX Factory의 공간 구성을 따라 할 수는 있어도 고유한 분위기와 자유로운 공기, 빈티지가 반영된 풍경은 절대 따라 할 수 없으니까요. LX Factory는 예전에 포르투갈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섬유, 인쇄 공장 지대였어요. 민간 개발사인 ‘LxReal Estate’에 의해 ‘재생’되었고 2009년 이후 리스본의 상징적인 문화공간이 됐어요. Ⓒthebohoguide LX Factory라는 간판은 옛 공장의 입구 같아요. 그곳을 통과하면 검은 돌들이 바닥에 단단하게 박힌 LX Factory라는 세계에 진입할 수 있어요. 이곳에 뭐가 있는지 설명하면 다시 진부하게 들릴 수 있어요. 독특한 레스토랑들과 서점, 포르투갈의 명물인 에그타르트 가게, 수제 양조장 그리고 크리에이터들의 작업공간인 스튜디오들이 있으니까요. Ⓒthebohoguide LX Factory를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는지보다는 그 공간들이 어우러진 방식들이나 개성의 합이 얼마나 아름다운 무질서를 이룰 수 있는지에 있어요. 크리에이터들의 대담한 그라피티가 그려진 벽, 뜨거운 햇빛을 가리기 위한 빛바랜 차양막들, 걷기 좋은 폭의 골목, 인공적인 조경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살아가는 나무들, 화가의 화구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화려한 컬러의 가게들. 싫어하는 것은 분명하게 말할 수 있지만, 좋아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말하기 힘든 법이죠. “그냥 여기가 좋아요” 이걸로 충분하니까요. Ⓒmochiloesemochilinhas ⒸThe rooftop guide LX Factory에서 사랑스러운 공간 중 하나는 ‘레르 드바가르’(Ler Devagar) 서점이에요. ‘천천히 읽다’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인 레르 드가바르는 인쇄소였던 곳이에요. 기존의 높은 천장고를 그대로 살려 4층 높이까지 책이 진열되어 있어요. ⒸLx factory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공중에 매달려 있는 ‘자전거를 탄 사람’ 설치 작품이에요. 주변에 외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과 새(bird) 조형물도 있어서 하늘을 달리고 있는 자유로운 느낌이죠. 이탈리아 출신의 조각가 피에트로의 작품이에요. 그는 ‘유용한 것만 만든다면 세상은 지루해진다. 쓸모없음은 사고를 촉발하는 가장 유용한 물건’이라고 말해요. ⒸLx factory 1층이 메인 서가와 카페라면, 2층은 기획 전시나 북토크, 공연 등이 열려요. 레르 드바가르는 4만 권의 인문학과 아트북, 희귀 중고서적과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매력적인 서점이에요. 이곳도 LX Factory 분위기의 연속선 상에 있어요. 책은 잘 정돈되어 있지만 전혀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거든요. 누구라도 지적 유희를 즐길 수 있는 무질서의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이제 복합문화공간은 정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정답을 찾으려는 순간 사람들은 하품을 할 테니까요.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리스본 / 박종호 클래식으로 유명한 풍월당의 박종호 대표의 리스본 이야기예요. 베를린, 잘츠부르크, 뮌헨, 빈과 리스본까지 도시 인문학 시리즈에요. 리스본을 인문학의 프레임으로 보고 싶은 분에게 추천드려요. 리스본의 역사와 문화, 인물 등을 볼 수 있지만 핫플이나 트렌드를 다루고 있지는 않아요. 기껏해야 페르난도 페소아가 다녔던 식당이나 카페 정도 소개되어 있으니까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 https://www.thebohoguide.com/bohemian-hotspots/europe-portugal-lisboa-portugal-lx-factory/https://lerdevagar.com/lancamento-do-livro-so-acontece-aos-outros-de-maria-antonia-palla-2-2/https://lxfactory.com/en/ler-devagar-2/https://mochiloesemochilinhas.com/en/lx-factory-um-lugar-que-vale-a-pena-visitar-se-estiver-por-lisb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