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주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 도쿄 중심가의 리테일 신(scene)을 바꾸고 있는 주체는 단연 ‘도큐 부동산’이에요. 부동산 개발 및 운영 회사인 도큐 부동산은 2012년 오모테산도에 ‘오모카도’라는 복합공간을 만들어 많은 화제를 일으켰죠. 독특한 입구와 옥상 정원은 당시 획기적이었으니까요. 12년이 지나고 오모카도의 인기가 예전보다 시들해진 2024년. 도큐 부동산은 오모카도의 건너편에 훨씬 입체적인 복합문화공간인 ‘하라카도’(HARAKADO)를 지었어요. 한때 서브컬처를 주도했던 하라주쿠를 변신시키고자 하는 개발 전략이죠. 하라카도의 건물 입면은 유리 다면체로 되어 있어요. 다양한 각도의 유리로 낮과 밤의 거리 풍경이 투영되기 때문에 화려하고 동적인 느낌이에요. 하라카도는 외관만큼이나 지하 1층부터 야외 테라스인 7층까지 내부 구성이 임팩트 있어요. 무엇보다 지하 1층의 목욕탕은 하라카도의 과감한 실험을 보여주죠. Ⓒprtimes.jp 지하 1층에 있는 ‘고스기유’ 대중탕은 도쿄 코엔지 역 근처에서 1933년부터 목욕탕을 운영해 온 고스기유의 2호점이에요. 독특한 행보를 하고 있는 고스기유가 하라카도에 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죠.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공공 목욕탕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더 가속화되고 있죠. 고스기유는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고 목욕탕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있어요. 고스기유가 어떤 목욕탕인지 본점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약 백 년의 역사를 가진 고스기유는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목욕탕이에요. 동네의 소박한 목욕탕이었던 이곳은 2016년, 3대째 히라마츠가 가업을 물려받으면서 변화하기 시작했죠. 그는 목욕탕을 단순히 씻는 공간을 넘어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치유할 수 있는 장소로 재정의했어요. 고스기유는 라이브 공연, 강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목욕탕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에는 하루 1,000명이 찾는 명소가 됐어요. 회원제를 통해 팬덤을 쌓아 나갔고요. Ⓒkosugiyu Ⓒo-temoto 2020년에는 고스기유의 팬들과 함께 ‘고스기유 토나리’라는 공유 스페이스를 만들었어요. 고스기유 옆이라는 뜻의 고스기유 토나리는 공유 부엌과 다다미가 깔린 좌식 서재, 낮잠을 자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개인실로 구성된 3층 건물이에요. 이렇게 목욕탕을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고스기유는 드디어 2024년, 하라주쿠의 모던한 복합문화공간인 하라카도에 입성할 수 있었던 거죠. Ⓒsentogurashi Ⓒsentogurashi 고스기유 하라주쿠점은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목욕 경험을 콘텐츠화하고 있어요. 삿포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드링킹 존’,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와 콜라보로 만든 ‘러닝 스테이션’에서 운동 후 목욕을 즐기도록 제안하기도 하죠. 이 외에도 ‘리딩 존’에서는 <뽀빠이>, <브루터스> 등의 매거진이나 만화책을 읽으며 빈둥거릴 수 있고요. Ⓒarchitecturephoto.net Ⓒarchitecturephoto.net 목욕탕의 ‘어메니티’도 주목할만해요. 기분 좋은 목욕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일본 각지의 특산품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사가현에서 생산된 목재 의자, 구마모토현에서 만든 다다미, 에히메현의 이마바리 타월, 오사카의 호리타 카펫 등을 선별했죠. Ⓒkosugiyu-harajuku 크리에이터들이 모여들고 실험적인 문화가 생성되기를 바라는 복합문화공간인 하라카도에 왜 목욕탕이 있는지 이제 이해되실 거예요. 하라카도 몰과 고스기유 목욕탕의 ‘윈윈전략’인 거죠. Ⓒkosugiyu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목욕탕 도감 / 엔야 호나미 글그림 목욕탕은 미지의 영역처럼 느껴져요.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공간은 아니니까요. 저자는 일본 전역의 목욕탕을 찾아다니고 그 경험을 그림으로 녹여 목욕탕 가이드북을 만들었어요. 직접 공간을 측량하고 투시도법으로 그린 덕분에 현장감 있는 목욕탕 분위기를 엿볼 수 있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독특한 이력 덕분이에요. 업무강도가 높은 건축회사에서 일하다가 건강에 문제가 생겨 휴직했고, 우연한 기회에 목욕탕 매니저로 일하면서 건강을 되찾은 경험을 했거든요. 자연스럽게 목욕탕에 애정을 가지게 된 거죠. 녹록지 않았던 건축가로서 시간은 작가에게 책을 만들게 된 자양분이 됐고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 https://o-temoto.com/hirohiko-namba/kosugiyu/https://architecturephoto.net/219297/?utm_source=chatgpt.comhttps://sentogurashi.com/works/tonari-hanarehttps://prtimes.jp/main/html/rd/p/000000021.000035029.html?utm_source=chatgpt.comhttps://kosugiyu-harajuku.jp/?utm_source=chatgpt.comhttps://kosugiyu.co.jp/arch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