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Daily 우뇌와 좌뇌의 자유로운 소통 우리는 여전히 색안경을 끼고 공대생을 보고 있지 않나요? 공대생이라고 하면 숫자에 강하고 계산에는 밝지만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숫자로 소통하고 기술에 기반한 학문이니까 좌뇌형들이 많겠죠. 그러나 테크놀로지와 예술이 융합하고, AI 마저 통합적 사고를 하는 세상에서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몰라요. 일본의 한 공과대학 이야기를 이번 주 어반리서치 주제로 잡았어요. 재미있는 건축물 두개가 나란히 있는 학교예요. 요코하마가 있는 가나가와 현에 위치한 ‘가나가와 공과대학'(Kanagawa Institute of Technololy, 이하 KAIT)이 그 주인공이에요. 캠퍼스가 크지는 않지만, 정보통신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도시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스마트시티, 기술과 디자인이 융합된 디자인 공학, AI 공학 등 실무 중심의 교육과 산학협력이 활발한 대학교예요. KAIT는 한 건축사무소에 실험실을 지어달라고 의뢰를 합니다. 2008년 완공된 실험실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자연과 차단된 딱딱한 실험실과 거리가 멀어요. 건축 용어로는 커튼 월(curtain wall), 즉 사방을 통유리 벽으로 만들었어요. 천장까지 포함해서 거대한 유리박스인 셈이죠. 아침 햇살이 들어오고, 벚꽃이 날리고,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의 변화를 실험실에서도 볼 수 있어요. ⒸKAIT 안으로 들어가면 305개의 하얀 기둥이 지붕을 지지하고 있어요. 이 기둥들은 건축 구조물의 역할보다는 자작나무 같은 자연의 느낌이에요. 내 영역과 타인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볼 수 있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어요. 물론 그 안에서 학생들은 치열하게 데이터와 씨름을 하겠지만요. ⒸKAIT ⒸKAIT ⒸKAIT 이 건물로 끝이 아니에요. 실제로 더 주목받는 공간이 이제 등장합니다. KAIT는 공방을 만든 똑같은 건축사무소에 전혀 다른 의뢰를 합니다. 공방 옆 경사진 땅에 광장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이었죠.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무는 ‘다목적 광장’을 부탁한 거예요. 사실, 학생들은 캠퍼스 안에서 쉴 곳이 많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KAIT공방 옆은 경사진 땅이라 비어 있었고요. 의뢰를 받은 건축사무소는 이 난제를 멋지게 풀었어요. 2020년, KAIT 공방 옆에 생긴 카이트 광장은 전 세계에 주목을 받는 이색적인 공간이 되었으니까요. ⒸArchDaily ⒸArchDaily ⒸArchDaily KAIT 광장을 설계한 곳은 ‘이시가미 준야’(Junya Ishigami)가 이끄는 스튜디오예요. 그는 일본 건축계에서도 실험적 건축가로 알려져 있어요. 2010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 전에서 금사자상을 받기도 한 저명한 건축가고요. 그는 경사진 땅이라는 약점을 강점으로 바꿨어요. 완만한 경사를 활용하여 최소한의 벽과 천장으로 이색적인 공간을 만들었죠. 천장에는 59개의 네모난 구멍을 뚫어 빛이 들어오게 했어요. 하이테크 소재로 바닥을 마감하여 빗물이 그대로 스며들도록 했죠. 비가 와도 젖지 않고 효율적으로 배수되도록 했고요. ⒸArchDaily 불규칙하게 배열된 천장의 창 덕분에 바닥에는 다양한 형태의 그림자가 생겨요.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의 그림자와 서서히 지는 해가 남기는 그림자는 다르니까요.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허문 광장.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말도 안 되는 요구를 창의적으로 해결함으로써 다목적이자 무목적의 공간이 탄생한 걸지도 몰라요.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뒹굴거리며 쉬기도 하고, 공연도 하고, 미팅이나 PT 등을 하기도 해요. 비어있는 공간이니까 무엇으로든 채울 수 있어요. 생각의 틀을 깨자 공간의 틀이 깨진 거죠. ⒸArchDaily 유리 실험실인 KAIT 공방과 KAIT 광장이 나란히 있는 풍경은 KAIT의 상징이 됐어요. 밀도 높은 공간과 엔트로피가 높은 공간을 한 회사가 설계했다는 것도 재미있고요. 좌뇌와 우뇌는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면서 선순환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 같지 않나요?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뉴턴의 아틀리에 / 김상욱 X 유지원 저 제목처럼 뉴턴은 이성적 사고, 아틀리에는 감성적이며 예술적 사고를 상징하는 단어예요. 김상욱 물리학 교수와 유지원 그래픽 디자이너의 생각이 교차하는 형식이거든요. 유머, 편지, 시, 감각, 언어, 인공지능, 복잡함 등 26개의 화두를 던지고, 두 사람이 어떻게 접근하고 어떤 생각들을 끌어내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구성이에요. 화두가 많아서 이야기가 끊어지는 감은 있지만, 디자이너의 발상이 더 추론적이고 물리학자의 접근이 감성적이라는 느낌. 또 한 번 편견이 깨지는 경험이었죠.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KAIT(カイト)広場・KAIT(カイト)工房の一般見学について【4月・5月】 | イベント情報 | 神奈川工科大学Plaza of Kanagawa Institute of Technology / junya ishigami + associates | ArchDaily神奈川工科大学KAIT工房|柱の疎密でゆるやかにつながる創作の場|建録 TATE-ROK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