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쇼핑’법 좋은 물건들은 넘쳐나고, 좋은 물건들로 선별된 편집숍들도 흔하게 볼 수 있죠. 사용자의 구매 기준은 까다로워지고 눈은 더 높아졌고요. ‘대도시의 사랑법’이라는 소설 제목에 빗대자면 ‘대도시의 쇼핑법’은 갈수록 복잡하고 치열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주목하게 된 곳. 대만 타이페이의 복합 쇼핑몰, 청핀생활(eslite spectrum) 난시점에는 시선을 사로잡는 매장이 있어요. 대만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신농생활’(神農生活)이 바로 그 주인공이에요. 매장은 크게 숍과 레스토랑으로 구분되어 있어요. Ⓒ마블로켓 숍의 첫인상은 무인양품(MUJI)의 식품 코너와 비슷해요. 그러나 무인양품의 경우 브랜드 파워가 개별 제품들을 통제하고 있는 느낌이라면, 신농생활은 각각의 제품들이 고유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어요. 선별한 제품이든 자체 PB제품이든 모두가 신농생활이라는 텃밭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농작물 같다고 할까요? Ⓒ마블로켓 대만에서 유명한 가바 우롱차와 아리산 고산차, 동방미인차를 비롯해 펑리수, 과일청, 소스류와 건조하거나 절인 식료품들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어요. 그뿐 아니에요. 전통적인 삼색의 반투명 장바구니, 만두 찜 틀, 우리나라 소주잔과 맥주잔 중간 크기의 대만 맥주 컵 등 식문화에서 파생된 다양한 제품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어요. Ⓒ마블로켓 사실, 신농생활에서 판매하는 제품군을 보면 독보적으로 특별한 건 아니에요. 대만 현지인들이 평소에 먹을 것들과 여행객들이 기념으로 살만한 물건들이 섞여 있죠. 오히려 특별한 것은 공간 기획에 있어요. 시각적인 진열 전략을 VMD(Visual Merchandising)이라고 하는데요, 신농생활의 매장을 보면 이들이 누구보다 VMD 고수인 걸 알 수 있어요. 일단 공간이 크지도 좁지도 않고, 제품 재고도 적당량을 유지하고 있어요. 꼭 살 것이 없더라도 둘러보기에 부담 없는 공간 사이즈라고 할 수 있죠. 물건에 쉽게 손이 가고요. Ⓒ마블로켓 대만 전통시장이 갖고 있는 친근한 요소들을 적절하게 가져온 것도 특징이에요. 플라스틱 맥주 박스를 쌓아 매대를 만들고, 얼기설기 못질한 나무 상자를 진열대로 활용하기도 하죠. 대바구니를 천장에 매달거나 제품을 담아두기도 하고, 노천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집기들을 적절한 곳에 배치하기도 하고요. 반면에 물건 하나하나의 퀄리티는 뛰어나서 쇼핑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요. 신농생활은 전통시장과 백화점 그 사이를 힙하게 비집고 들어온 것 같아요. Ⓒ마블로켓 신농생활은 ‘Less is more’를 내세우고 있어요. ‘간결한 것이 더 좋다’라는 익숙한 슬로건은 과대 포장을 배제하고 실용성을 추구한다는 신농생활의 원칙처럼 보여요. 그런데 여기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어요. Local(지역의), Essential(필수적인), Seasonal(제철의), Suitable(적당한)’의 첫 글자를 담고 있거든요. 대만의 지역적 특성을 살린 제철 상품을 선별해서 판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마블로켓 숍 바로 옆에는 신농생활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 ‘Have a sEAT’이 있어요. 가정식을 내세운 정식세트와 우육면, 대만식 두부 푸딩인 ‘또우화’, 밀크티 같은 디저트를 맛볼 수 있죠. 이처럼 신농생활은 대만인들에게도 로컬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자 외국인에게는 대만의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 셈이에요. 대도시의 쇼핑에서 길을 잃은 사람들에게 신농생활은 선명한 노선을 제시하고 있어요. 어디서 본듯한 비슷비슷한 물건들에 치여 피로감이 누적된 사람들에게 신농생활은 달라 보일 수밖에요. Ⓒ신농생활 도시의 맥락 읽기,마블로켓 어반 리서치 먹방과 추억 사이 / 홍아이주 저 프루스트가 쓴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것은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로부터 과거를 회상하게 되는 대목이죠. 과거에 맡았던 특정 냄새가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프루스트 현상’이라고 하고요. 이 책은 아픈 엄마를 위해 음식을 준비하면서 떠오른 과거의 감정을 기록한 이야기예요. 숭어 알 구이, 전복과 양배추 수프, 매콤하게 볶은 셀러리, 돼지고기 조림 등에는 저자의 그리움이 담겨 있어요. 대만문학 황금고전상을 받은 이 책은 대만에서 '홍아이주 현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라고 해요. 대만의 음식을 공감각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어요. 카카오톡 친구추가로 매주 목요일 노트를 받아보세요!https://pf.kakao.com/_xfQxbpxj/friend 레퍼런스&이미지 출처:https://www.majitreats.com/